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
노인인구 2018년 14% 돌파 전망
사회복지 수요증가 성장저해 우려
고용확대·기업투자 확대 등 절실
정부 사회안전망 정책도 갖춰져야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는 곡강시(曲江詩)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다. 70세까지 사는 것은 드문 일이란 뜻이다. 그러나 시절이 변하여 수명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두보의 시구절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현재는 의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수명이 늘어가는 이른바 고령화가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낳는 걱정거리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이른바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고 여타 선진국보다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비율이 2018년에는 14%를 넘어 ‘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까지 걸리는 시간이 18년으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 무척 짧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고령화의 빠른 속도에 비해 우리의 대책은 아직 느리고 미비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일찍 경험하고 있는 여타 선진국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성장 기반을 약화시키고 사회복지 수요 증가로 국가재정을 위협한다. 일본의 장기불황이 시작된 1991년 고령화 비율이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12% 수준이었는데, 그 후 일본경제가 장기간 회복되지 못한 원인으로 고령화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사회 전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로 노동력의 공급이 축소될 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도 저하시켜 노동생산성의 하락을 초래한다. 또한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딜리아니(Modignliani)에 의하면 고령화는 은퇴 전에 준비했던 저축을 은퇴 후에 소비함으로써 저축률이 감소하고 그 결과 투자가 위축되어 경제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연금, 의료비, 노인부양비 등과 같은 사회복지에 대한 재정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조세수입은 감소됨에 따라 재정수지의 악화를 초래하고 재정운용의 탄력성을 잃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이 같은 고령화의 파급을 완화하면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대책 마련과 실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첫째,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를 막기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이민 문호의 개방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중·노년층의 고용 확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 중·노년층의 취업을 촉진하는 재교육 훈련 프로그램의 인프라 구축 및 개인의 연령과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년까지의 고용 유지나 정년 연장을 이행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같은 인센티브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둘째,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반(反)기업 정서의 불식 등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창업과 국내투자 확대를 촉진시키기 위한 기업환경 개선 정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저축률이 높은 중국 등 이웃 아시아 국가의 열망과 선호를 동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혁신,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적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비스업 분야는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정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령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개인,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개인은 계속 일을 하려는 의지와 육체적 건강, 그리고 재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인 능력을 개발해야 하고, 기업은 기술혁신, 경쟁력 강화와 투자확대를 통하여 고용과 생산성을 창출해야 하며, 정부는 창업과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 환경 개선과 함께 고령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