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 ‘자기만 아는 거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은 희곡이었다. 그중 ‘진지함의 중요성’은 1895년 2월 세인트제임스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최신식 극장이 즐비한 웨스트엔드에서 절찬리 공연되며 와일드는 두 마리 토끼를 안았다. 이 찬란한 시기는 단 몇 주 만에 끝났다.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동성애 사건으로 그는 한순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1891년 와일드는 퀸스베리 후작의 셋째아들인 옥스퍼드대생 앨프레드 더글러스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둘의 은밀한 교제로 끝났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퀸스베리 후작은 이성을 잃었고, 더글러스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와일드와의 관계를 떠벌리고 다녔다. 퀸스베리 후작은 1895년 2월 28일 앨버말 클럽에 ‘비역질울 하는 오스카 와일드에게’라는 굴욕적인 카드를 뿌린다. 와일드는 명예훼손 혐의로 퀸스베리 후작을 고발하지만 심문 과정은 불리하게 돌아갔다. 당시 형법은 남성 간의 동성애 관계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했다. 1895년 5월 25일 와일드는 2년간 수감, 중노동 선고를 받는다. 석방 후 와일드는 유럽을 떠돌다 1900년 사망한다. 병명은 뇌수막염, 현대의학적 견해로 ‘제3기 매독’이다. 이 스토리는 1960년 켄 휴스 감독의 영화 ‘오스카 와일드의 시련’으로 재탄생한다. 요즘 유행하는 퀴어영화의 효시다. 커밍아웃은 이제 자연스럽다. 국내에선 김조광수 감독이 지난해 말 동성애 애인과 함께 레인보우팩토리라는 영화사를 설립, 본격적인 동성애 영화 제작ㆍ보급에 나섰다. 13일 세계의 시선이 쏠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커밍아웃이 있었다. 주인공은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 그는 “이제 한 시대의 끝이자 다른 어떤 것의 시작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