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출시장에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특히 부품 소재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금까지 값싼 노동력에 바탕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방위 물량 공세를 펼쳤다면 이제는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 제패를 노리는 것이다. 우리 수출은 물론 경제 전반에 여간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핵심 분야에서 중국 기세에 밀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1년 수출시장 점유율 기준 세계 1위에서 밀려난 한국 제품이 26개다.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개가 중국에 넘어갔다고 한다. 한국이 최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액정 디바이스를 비롯해 산업 활용도가 높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이 포함돼 있다. 그나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61개 품목도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그 중 13개는 중국이 2위로 턱밑까지 쫓아와 있다. 언제든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
중국의 맹렬한 기술 공세에 우리 부품산업은 존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태로워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외국에서 수입한 중간재를 조립해 최종 상품을 만들어 이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키워왔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과 정책 지원 등을 통해 기술력을 바짝 끌어올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 내에서 핵심 부품을 생산 조달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비율이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40% 선을 유지했으나 지금은 20%대로 뚝 떨어졌다. 부품 소재 수출도 최근 10년 새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 1위국으로 올라섰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원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과의 싸움은 더욱 힘에 부친다. 게다가 일본은 아베 정권이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엔화는 연일 약세 기조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해야 하고 또 한편에서는 일본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우리 수출 환경은 사면초가 신세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최대 동력이다. 수출이 위축되면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술엔 기술로, 가격엔 가격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적 차원의 획기적인 연구ㆍ개발(R&D) 투자와 성장 산업 지원이 시급하다. 마침 대통령직인수위가 가동되고 있으니 충분히 검토하기 바란다. 기업들도 언제까지 환율 탓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마른수건을 짜는 각오로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위기의 파고가 높을수록 기회의 폭은 더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