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둘러싼 잡음이 우려의 수준을 넘고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오로지 보안이다 보니 구구한 억측을 부르고 불신과 오해를 자초한다. 차기 정부의 국정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가 스스로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눈을 감은 때문이다.
인수위의 철통보안은 박 당선인이 설익은 정책을 섣불리 꺼내 국정에 혼란을 가져오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특별한 주문의 결과다. 물론 과거 인수위가 야기한 부작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보안도 순기능을 상실하면 맹목적 비밀주의가 되고 만다. 바로 불통(不通)이다.
박 당선인도 따가운 비판을 의식한 때문인지 국민과의 소통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인수위 행태는 불통을 더 견고하게 한다는 느낌이다. 인수위 가동 전 박 당선인 주변에서 “외과적 성형수술로 입을 봉했다”느니, “입은 밥 먹는 데만 쓰겠다”느니 하는 말이 나올 때부터 조짐은 좋지 않았다. 인수위의 막중한 역할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귀한 가치도 지나치면 해악이 된다. 우리는 인수위 가동을 앞두고 소통을 거듭 주문한 바 있다. 전문성 있는 인수위가 실무적이되 효율성까지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상황이라면 그 기대는 일단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엊그제 벌어진 최대석 인수위원의 중도퇴진만 해도 그렇다. 통일부 장관후보로 거론되던 이가 인수위 가담 일주일 만에 불쑥 사퇴를 했다면 경위하나만으로도 석연찮다는 것은 불문가지 아닌가. 그런데도 인수위는 철통보안 연장선상에서 최 전 위원의 중도하차를 애써 슬그머니 넘기려 했다. “일산상의 이유이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지 않는 게 도리”라는 것이 공식창구의 유일한 설명이다. 그러나 최 전 위원은 지인들에게 “복잡한 사안이 발생해 사임을 요청했다. 개인적 비리는 아니니 걱정 말라”는 취지의 e-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누가 봐도 흘려들을 사안이 아니다.
그 ‘복잡한 사안’이야말로 국민 알권리의 핵심이기에 언론 또한 지대한 관심을 쏟는 것이다. 얼렁뚱땅 넘기려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사실 관계에 입각한 국정 현안에도 함구하고, 불거진 의심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그 부작용은 의외로 커진다. 정책이든 인사든 언론 검증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역대 정권의 잘잘못을 살펴보면 쉽게 그 중요성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박 당선인이 직접 나서 다시 교통정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