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퀴즈 하나. 미국 국민에게 이것은 치아 신경치료보다 싫고 심한 교통체증보다도 못하다. 심지어 내시경 검사나 바퀴벌레보다도 싫은 대상이다. 이것이 비교대상보다 우위를 보이는 경우는 로비스트나 북한, 성병 등 몇 가지에 불과하다. 과연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미국 의회다.
미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최근 실시한 호감도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 의회에 대해 유권자의 9%만 호감을 보였고 85%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의원들의 선호도는 더러운 어린이의 머리에서 발견되는 이(lice)와 비교했을 때도 67% 대 19%로 크게 밀렸다. 하는 일 없이 꼬박꼬박 국민 혈세인 세비를 타가는 ‘의원 나리’들은 미국인들에게 마땅치 않은 존재였던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건 정치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기 마련이고 미국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우리나 수준은 ‘거기서 거기구만’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제 잇속 챙기기에 골몰하는 우리 국회의원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경제위기에 세비인상은 부적절하다”며 ‘굴러떨어진’ 세비인상마저 거부했다. 재정절벽(Fiscal Cliff) 회피 합의안을 상하원이 모두 통과시키면서 세비 인상을 무효화하는 법안을 별도로 끼워 넣은 그들이다. 이런데도 국민들의 인식이 그렇단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갈길은 얼마나 멀다는 얘기가 되는가. 미국 의원만이 아니다. 일본의 의원들은 2006년에 의원연금법을 폐지했고 지난해에는 세비를 14% 삭감했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은근슬쩍 세비 인상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최근 모 방송사의 ‘리더의 조건’이란 프로그램에서 본 스웨덴 국회의원들이 오버랩된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4년 임기동안 평균 70여 개의 입법안을 발의한다. 일이 힘들어서 임기를 마치고 나면 재선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특권은 전혀 없다. 국회자료실에는 의원들의 공무비용청구서가 영수증과 함께 모두 보관돼 있다. 의원들이 돈을 제대로 쓰는지 국회 직원이 감시하고 이를 다시 감사원이 감사한다. 언론에도 모든 자료가 공개된다. 스웨덴 시민들에게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200가지 특권(보좌진 9명 인건비 지원, 연간 세비 1억4689만원 지원 등) 목록을 보여주자 “말도 안 된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들은 일반인들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고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이 특권들은 놀랍고 좀 무섭기까지 하다”는 말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아 있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모럴해저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도덕불감증이 치유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견제하는 기능이 없기때문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불체포특권 포기, 세비 30% 삭감, 의원연금 폐지, 겸직금지 등 다양한 쇄신안을 앞 다퉈 쏟아냈지만 거기까지 였다. 선거용이었던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정치쇄신특위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유야무야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의원연금이니 해외여행이니 현재 누리고 있는 특권을 스스로 포기할 리가 없다. ‘감히, 우리가 누군데..’라는 권위의식이 지배하는 한 쇄신은 없을 지도 모른다. 의원님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으로 사는 것, 자랑스러우신가요?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