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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신율> 차라리 새로운 야당을 만들자
대국민 사죄 나선 민주당
비대위 행보 설득력 떨어져
유권자에 진정한 반성 보이려면
중도층 외면 친노정리 우선돼야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을 마치고 첫 번째 한 일은 현충원 참배를 마치고 나오며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면 좀 당황되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온 국민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들을 찍은 유권자들에게 사과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만일 민주당이 진정으로 사과한다면 사과 이전에 좀 더 일찍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대선 이후 문재인 전 대선 후보와 문희상 비대위원장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문 후보는 며칠 쉬고 나서 금방 트위터에 열중하고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5ㆍ18 광주 민주항쟁 희생자 묘역을 찾았다. 더구나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 대표권한대행 자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대권 도전 의사가 없다는 말도 설득력이 떨어지거니와 당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도 대단하다는 식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문희상 위원장은 문재인 의원의 이런 행동을 오히려 부추겼다. 정치쇄신위원회를 맡았으면 좋겠다거나 버스를 함께 타고 다니며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정말 희한한 말들이 문희상 위원장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언급과 행동을 볼 때 민주당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번 대선판을 이념구도로 만들고 선거 막판까지 중도층을 외면한 전략을 구사한 친노(親盧)들을 정리해야 한다. 친노들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행동하기보다는 국민을 자기들이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친노가 주류로 등장하면서 치른 선거 중 이긴 선거는 정말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진정으로 쇄신을 원한다면 이런 친노들을 정치계에서 떠나게 만들어야 함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친노들은 친노라는 개념의 실체가 없다며, 책임공방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처럼 친노가 실체가 없다면 우리는 그동안 유령에 대해 비판을 쏟아놓았다는 얘기가 된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친노는 자신들이 진보 세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친노들이 개념적 실체가 없어 대선 패배의 책임공방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런 주장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없으니 당권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비대위 외부 인사로 친노 외곽 조직 인사들까지 거론하고 있는 걸 보면 이들의 당권에 대한 집착은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친노들이 이렇게 행동하는데 민주당 비대위는 이들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 비대위의 인적 구성은 무난하지만 너무나 무난해서 지금의 당내 상황을 바꿀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당의 전면 쇄신보다는 분당을 통한 새로운 야권 세력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으로 보인다. 지난 17대와 18대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이념 지향성보다는 리버럴, 그러니까 자유주의적 정당이나 후보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제에 극단적 이념집단과 차별화되는 리버럴 측이 민주당을 탈당해서 안철수 세력, 그리고 새누리당 일부 세력과 정당을 만드는 것이 다음 지방선거와 총선, 그리고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만 잘해서는 안 된다. 야당 역시도 건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야권은 재편돼야 마땅하다. 당권 욕심에 눈이 멀고 자신들이 정권을 잡아야만 나라가 잘된다는 식의 사고를 가진 집단은 더 이상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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