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이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가 산적한 난제들을 잘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사실 새 정부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 산업의 고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문제까지 더해졌다. 소비심리 위축과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3분기는 사실상 제로성장에 머물렀으며,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3%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가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계층이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내수가 위축되면 고용취약 계층과 자영업자부터 어려워진다. 따라서 새 정부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고, 꽉 막힌 서민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다.
이를 위한 가장 생산적인 대안은 역시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가 늘어야 소득이 창출되고 소비와 수요가 형성되며, 기업은 이윤을 늘리고 또 다른 투자와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자영업자의 상당수를 흡수함으로써 자영업자 문제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왕도는 없다.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그것을 통한 성장만이 해법이다. 이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경기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조성될 때 가능하다. 그래야 국내투자가 늘고, 외국기업들도 투자 메리트를 가진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져 FDI와 이에 수반되는 일자리가 늘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를 적절하게 활용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해외투자 유치를 촉진하는 것도 우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
또 구조적ㆍ마찰적 실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서비스 시장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고용서비스의 효율성 제고 및 질적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민간고용서비스 시장 활성화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고, 임금피크제가 수반된 고용연장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는 등의 정책들이 당면한 일자리 문제에 있어 단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근로시간을 쪼개 두 사람 몫으로 만드는 것은 빵 한 덩어리를 둘로 나눠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정년 연장은 청년층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성장이 수반되지 않은 일자리 정책은 결국 인위적인 배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일거리가 늘어나면 기업은 고용을 늘리지 말라고 해도 늘린다.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셈법이다. 새 정부는 기업이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정책을 구현하는 시장경제 체제의 본모습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해 주길 기대한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를 하려 하는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최선의 일자리 정책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