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17일 한바탕 해킹 소동이 벌어졌다. 인수위에 대한 정보당국의 보안점검 과정에서 출입기자실 인터넷 서버에 북한 소행으로 보이는 사이버공격, 즉 해킹 정황이 포착됐다는 인수위 비공식 브리핑이 발단이다. 인수위가 공식적으로 부인해 일단 진화됐지만 해프닝으로 보기엔 꺼림칙한 구석이 적지 않다.
인수위의 비밀주의 탓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우선 난감하다. 차제에 그 가능성을 두고 인수위의 막중한 책무에 걸맞은 사이버공격 대비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언론을 상대로 한 아날로그식 보안보다 우선이 사이버 공격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일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의 사이버 테러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북한은 2009년 7월 미 백악관, 청와대 등 주요 국가 정부기관에 디도스(DDosㆍ서비스 분산거부) 공격을 감행한 데 이어 해를 걸러 농협 전산망, 공항주변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전파교란 등 소행을 일삼았다.
북한의 사이버 전력은 세계 3위로 평가된다. 20여년 전부터 평양 특수학교인 금성제1, 2중학교에서 발굴한 컴퓨터 영재들이 김책공대, 평양컴퓨터기술대 등을 거쳐 정예 해커로 성장하고 있다.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정보정치’를 기치로 3000명 이상의 해커요원을 정찰총국 산하 전자정찰국 사이버분조에 배치해 직접 관할하고 있다는 소식은 섬뜩하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이 상대의 우위 전력을 피하면서 약점이나 급소를 파고드는 ‘비대칭전력도발’의 핵심수단으로 사이버 전력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금융회사, 언론사, 대학 등의 홈페이지도 그들의 정보 사냥터가 된 지 오래라고 한다. 단순한 정보탈취의 차원이 아니란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언제라도 북한이 사이버 책동을 하기로 작심만하면 부지불식간에 나라 전체를 암흑에 가두고 금융, 교통, 물류, 특히 항공, 원자력 등 사회기반시설을 일거에 무력화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사이버 테러 대비가 시급하다. 우리 군은 지난해 사이버 전력 강화 차원에서 사이버사령부를 확대개편하고 인력도 500명에서 두 배로 늘리는 한편 책임지휘자를 준장에서 소장으로 격상하긴 했다. 그러나 북한의 사이버 전력에 비하면 규모나 내용 면에서 초라하다. 국방예산을 앞 다퉈 삭감한 정치권부터 각성할 일이다. 택시 대중교통화에 지원할 재원 절반이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을 막아 낼 수 있고, 또 사이버 전력도 획기적으로 증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