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재기 몸부림이 눈길을 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임시 지도부가 매라도 맞겠다며 전국 ‘회초리 순회 방문’길에 나섰다. “생쑈 그만하라”는 안팎의 비판에도 현충원 삼배를 시작으로 호남에 이어 영남을 거쳤다. 대선 패배를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인 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첫 관문인 광주. 패잔병의 귀가는 혹독했다. 채찍을 맞으려면 야무지게 맞아라, 계파부터 없애라, 호남 사람들 좀 그만 이용해 먹어라 등등 따가운 질타가 빗발쳤다고 한다. 부산ㆍ경남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마다 족족 패하고, 대선마다 ‘1+1’ 단일화 바겐세일이나 해댔으니 그럴 만도 하다.
패배 후 쏟아진 쓴소리 몇 개만 모아보자. “지금도 계속 지고 있다” “동네북이 돼야 마땅하고 욕먹고 돌팔매질 당해 눈탱이가 밤탱이가 돼도 싸다” “민주당의 집단적 기억력은 2주짜리다” “광주시민들이 화형식을 하자” “민주당 이놈들아! 정신 차려라”.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지려해도 질 수 없는 선거”라고 했다. 또 “석패”라고 했다. 그러기에 분하고 원통하기로 따지면 한이 없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단언컨대 민주당은 필패했다. 다 얻으려다 다 잃는 패착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줬다. 다시 기억조차 하기 싫겠지만 무조건 단일화를 외치며 정책대결은 외면하고 대신 흘러간 레퍼토리만 읊어대기 바빴던 결과다.
대선 과정에서 호남의 한 지인이 말했다. ‘신군부’를 장군이름으로 알고 있는 철부지들을 앞에 두고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민주당 일각에선 50대의 처절한 삶의 애로를 외면한 것이 패인이라고 한다. 그게 과연 다일까. 그대들과 민주화 운동 할 것 다해놓고 곧바로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가정과 국가를 책임진 다수가 오늘의 쉰 세대다. 매미나 베짱이가 아닌 개미처럼 일해 자부심까지 키운 이들을 너무 업신여기고 홀대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런 이들의 아들딸들에게 진실을 호도하고 막장 거짓을 들이댄 게 누군가.
좌고우면할 것도 없다. 가혹하겠지만 새누리당을 보고 배우라. 그래야 숨이라도 쉰다. ‘박근혜 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구하든 키우든 하라. 다 잃고 몽땅 다 얻어내는 그 내공을 흉내라도 내라는 말이다.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남아있지 않다는 그 절박함에 김지하 시인도 감복하고 즉석에서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란 결정적 카드를 내밀었다질 않나.
지금 민주당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 새누리당, 특히 보수진영의 대변신이고 그들의 전진 루트다. 이미 보수진영은 좌파성향의 성찬을 전리품으로 다 챙겼다. 합리적이되 다소 진보적이면서 기동력까지 겸비한 중도적 보수야말로 애매모호할지언정 시대흐름에 걸맞다.
지금 민주당엔 여전히 기회주의가 득실댄다. 비대위 구성부터 그랬다. 나 먹자니 꺼림칙하고 상대를 주자니 아까운 식이었다. 이런 저급한 시장 잡탕패 정서를 털어내지 않는 한 그 어떤 자성도 미덥지 않다. 회초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좌파세력은 터전조차 잃게 될지 모른다. 향후 수십 년간은 정권 잡기 글렀다는 말이 괜히 나오겠는가.
요지 : 좌고우면할 것도 없다. 가혹할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을 보고 배우라. 그래야 숨이라도 쉰다. ‘박근혜 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구하든 키우든 하라. 다 잃고 몽땅 다 얻어내는 그 내공을 흉내라도 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