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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현정희> 모두가 만족하는 ‘환자안심병원’ 을 기대하며
서울시가 간호 및 간병에 대한 공공병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보편적 병원간병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은 참신한 서민의료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차원에서 전국 적으로 시행되길 바란다.




서울시에 특별한 병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서울시가 ‘건강서울 36.5’를 통해서 발표했던 사업으로 눈 밝은 사람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바로 지난 17일부터 문을 연 서울의료원 ‘환자 안심 병원’이 그것이다. ‘환자안심병원’은 서울시가 추진한 사업으로 간호 인력 확충을 통해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병원에서 간호 및 간병을 책임짐으로써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는 기존 공동간병인 중심 모델과는 달리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안전한 간호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1차로 90병상을 운영하고, 2월 말에 90병상이 추가로 운영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서 이 사업을 준비할 때 자문위원으로 참가하면서 이러한 사업이 하루빨리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상한 의료 행태가 많은 나라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가족이 와서 간병을 하도록 하고, 간호사나 의사 대신 값비싼 의료기기만 많이 사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병원의 병상당 간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것을 전문가들은 잘 알지만, 환자들은 잘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병원에 입원해도 질 높은 간호는 그림의 떡이다. 간호사가 해야 할 간호서비스는 가족이나 간병인들에게 맡겨져 있고,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미 한국 사회는 가족 및 사회구조의 변화로 가족에 의한 간병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높은 간병비는 환자가계의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간병노동자는 최소한의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부터 간병제도화를 하겠다는 현 정부는 아직도 말이 없다.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수만명의 간병노동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운운하면서 몇 년째 변죽만 울리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서울시가 간호 및 간병에 대한 공공병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보편적 병원간병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은 참신한 서민의료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책은 2013년 서울시 예산으로 반영돼 부족한 간호인력을 충원해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병원이 모든 인력을 직접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면에서 ‘환자안심병원’은 고용과 간병서비스의 질을 동시에 생각하는 병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있는 반면에 걱정도 있다. 이 사업은 원래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제도화 사업이어야 한다. 즉 입원환자에게 제공되는 간호 및 간병서비스는 필수 의료서비스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모든 국민이 이러한 간호 및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도 그 대책을 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사업을 확대시켜 갈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또 제도화되기 전이라도 공공병원은 우선적으로 이러한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장기적인 경제불황으로 서민들의 안전과 건강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병원에서 환자 간호와 의료서비스는 사람이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잘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도, 보호자도, 병원노동자도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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