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의 기본이다. 이 때문에 국민개세(皆稅)주의는 현대국가의 가장 큰 권리이자 의무사항으로 꼽힌다. 수입이 적은 사람은 단돈 10원이라도 세금을 내게 함으로써 권리 행사에 지장이 없게 하자는 공정의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국정 편의상 면세점을 두는 등 경제와 재정정책 추진 방향에 따라 각종 세금의 감면제도를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다. 과세비용을 고려해서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소득 파악이 어려울 뿐 아니라 과거 액수도 적었고 특히 소득의 성격을 근로소득으로 볼지, 성직자의 성직 수행 경비로 봐야 할지 등 성격이 애매해 그동안 유보해왔던 것이다. 최근 일부 종교인도 사치성 자동차와 주택 거주, 쓰임새 등으로 미뤄 과세가 맞는다는 의견이 사회적으로 팽배해지자 사정이 달라졌다.
그동안 정권마다 눈치를 보아오다가 작년 말부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일각에서 종교인 과세 방침을 천명, 주목을 받은 배경이다. 일부 종교단체는 반발했지만 사회적 대세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다소라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종교인 과세 유보 쪽으로 선회, 공을 차기 정권으로 넘긴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13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복지비용을 조달하려면 새 세원 발굴은 불가피하고 이를 굳이 현 정권에서 욕먹으며 할 필요 없다는 속셈인 것 같다. 특히 소망교회 장로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주변의 속내가 보인다.
천주교나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이미 세금을 내는 종파들도 꽤 있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역시 과세 원칙에 찬성했다. 대형 개신교 단체 일각에서 아직 이를 거부하는 것은 사회적 흐름에 둔감한 탓이라고 본다. 청와대도 소극적으로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재정부를 격려, 과세를 성사시키는 게 떠나는 정부의 최소한 봉사다. 작은 교회는 과세해도 면세점에 해당되고, 대형 교회 성직자는 세금 내는 게 신도들 보기에 더 떳떳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