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대를 열겠다는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높다. 350만여 중소기업과 소상인 및 소공인들이 그렇게 목소리 높여온 경제민주화도 졸여서 보면 ‘같이 좀 행복해지자’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그 과정이 양극화 해소다.
‘손톱밑 가시’는 그런 행복에 이르는 길을 좀 더 효과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당선인 측이 중소기업이 발전하는데 장애가 되는 풍토나 관행, 제도 등이 손톱밑 가시라고 정의했다. 즉, 중소기업 경영에 장애가 되는 실질적인 현장애로의 모든 것 쯤 되는 셈이다.
시비 좀 걸자. 이걸 모두 다 뽑겠다고?
애당초 개념을 너무 포괄적으로 설정한 결과 구체화가 어렵게 돼버린 측면이 있다. 업계에서 쏟아내는 애로들에는 대못, 말뚝, 전봇대까지 뒤섞여 있다. 전봇대, 말뚝에 가려 뽑기 쉬운 작은 가시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다. 굳이 제도를 건드리지 않고도 운용상의 묘만 발휘하면 해결될 일도 적지 않은데 말이다.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각종 제도적인 문제와 규제, 행정절차, 금융애로, 세제 및 법률문제 등의 애로를 아우르고 있다. 심지어 정책 집행상의 견해차나 미스매치까지도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다.
이런 중구난방의 난맥상은 결국 전문성과 기술성이라는 권력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게 했다. 어떤 절차상의 흠결과 미비,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라는 전문가들의 고식적인 분류와 해명을 들을 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라는 잣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상당수가 호소 정도에 그칠 우려가 높다.
또 컨트롤타워도 없다. 액면 그대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은 중소기업청으로 집중되게 한다는 게 인수위의 복안이다. 한데 현재 수 백가지 중소기업 관련 정책 중 5% 정도만이 중기청 소관이다.
예컨대 기업입지 관련 애로는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 금융이나 보증 등은 금융위원회, 조달부분은 기획재정부와 조달청, 조세는 국세청과 기재부, 공행정 절차는 행안부… 등 하나같이 중기청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들이다. 쟁쟁한 상급부처들이 차관급 외청단위의 조정기능을 달가워할까?
중소기업계가 장관급 중소기업부를 갈망해왔고 하다 못해 공정위와 같은 형태의 총리직속 중소기업위원회라도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던 것은 이런 이유다. 하급부처에 기능만 얹어준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중소기업계가 ‘힐링데스크’를 만들자고 했더니 인수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손톱밑 가시에 대해 교통정리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24일 인수위와 해당부처, 중소기업계가 모여 건의된 ‘손톱밑 가시’를 해당 부처별로 정리하는 작업을 한단다.
인수위는 집행조직은 아니지만 대선 때의 공약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국정방향을 잡아가는 조직이다. 차후 가시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뽑혀질지 궁금해진다.
국민행복시대를 열려면 우선 아픈 마음들을 달래고 새로운 희망을 품도록 해줘야 한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위로와 상세한 설명도 필요하다. 환자의 아픔을 들어주고 위로한 뒤 처방하면 치료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국민행복과 따뜻한 정치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거니와 어렵지도 않다. 새 정부에는 이런 것을 기대해도 될까?
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