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상징’ 케네디 전 美대통령
‘이모 리더십’ 메르켈 獨총리처럼
朴당선인도 전략적 PI 구사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 부각 기회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열린 21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에서는 ‘사상 최초 흑인 대통령의 연임’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과 함께 한국에서의 최초 여성 대통령 탄생 소식이 새삼 오버랩되는 풍경도 있었다.
이날은 인종 차별에 항거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탄생기념일이다. 킹 목사의 고향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 에버니저 침례교회에서는 킹 목사의 비폭력 인권투쟁이 오늘의 오바마를 탄생시켰다는 메시지가 오갔다.
한국인으로 처음 이 행사에 초청받은 이재승 전 미국 동남부 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은 아시아계 대표로 연단에 올라 “모든 이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흥분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대통령선거를 했는데 사상 처음으로 박근혜라는 여성 대통령을 갖게 됐다”고 소개해 청중으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번 취임식에서는 오바마를 미국 국민, 미국의 미래와 동일시하는 전략이 잘 드러났다. 인권운동과 소수민족 출신의 흑인 연임 대통령이라는 소재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취임 키워드를 생산했다. 미국 대선 직전 재해가 나지 않았더라면 오바마가 패배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고 그에게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유권자가 있었지만, 오바마를 ‘아메리칸 드림’ ‘미국의 미래’로 동일시하는 이미지 포지셔닝(Image Positioning)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 평가를 들을 만한 근거가 있고, 그 키워드를 향해 나아가는 노력이 실증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는 이런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포장해서 남들을 현혹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상품을 알리지 못해, 가치가 저평가돼 손실을 입는다면 너무도 안타깝다. 이를 국가브랜드로 확대해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을 제대로 남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했을 때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전체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는 지난 2009년부터 전략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바로 대통령 브랜드 아이덴티티(PIㆍPresident Brand Identity)다.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이 ‘자유주의 상징’으로, 메르켈 독일 총리가 ‘결단력과 나눔을 겸비한 이모 리더십’으로 존경받는 과정은 지도자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PI를 국가브랜드로, 나아가 국익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할 일이 참 많다. 아울러 ‘동아시아 최초 여성 대통령’ 등 우리가 전략적으로 PI를 구사할 호재도 적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하자. ‘동아시아 최초 여성 대통령’은 중국어미디어협회(海外華文傳媒合作組織)에 소속된 세계 53개국 중화권 언론사들이 세계 10대 뉴스로 꼽았을 정도로 놀랄 일이고, 대한민국 PI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족히 30억~40억명이 접하는 언론들이다.
박 당선인이 원칙론자이고 추진력이 있다는 점은 국내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덕목이다. 여기에 여성 지도자의 특성이 조화를 이룬다. 평화ㆍ건강ㆍ행복ㆍ실용ㆍ환경ㆍ지속가능성ㆍ나눔ㆍ복지ㆍ문화 등 여성 지도자 특성은 동아시아에서만큼은 ‘일반론’이 아니었다. 수천년 이 지역을 지배해왔던 관료ㆍ위계ㆍ권위ㆍ체면ㆍ명분ㆍ관철ㆍ갈등 등 ‘아시아스러운’ 구태적 키워드를 종식시킬 기회를 박근혜라는 브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얕잡히면 외교ㆍ통상ㆍ협상ㆍ의전 등 매사가 피곤하고 온 국민이 힘 빠진다. 수십년간 ‘코리안 리스크’를 겨우 줄여놨더니, 참모들이 새 대통령의 PI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신종 리스크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PI는 잘잘못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오해를 줄이고 있는 것을 제대로 대외에 홍보하는 일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PI가 저평가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견인해내는 핵심 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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