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과 규제 일체화는 원전에 대한 결국 전력수급계획상 원자력 비중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계의 연구비에 대한 독점적 욕구가 오히려 원자력의 발전 비중 및 사회적 역할을 축소시키게 될 수 있다.
최근 원자력의 진흥과 규제기능의 적정 배치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핵심은 안전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미래창조부로 귀속되면서 원자력 진흥정책의 핵심인 연구ㆍ개발 기능을 계속 미래창조부에 두어야 하는 가이다.
미래창조부 장관 한 명이 원자력의 신기술을 개발하고 동시에 문제점을 도출해 폐기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원칙 및 기준’, ‘원자력안전협약’에 근거해 진흥과 규제를 분리토록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현재 인수위도 이런 국제 규범에 부합되도록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적인 조치에 대해 원자력계가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현재 정부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원자력, 석탄, 가스 등을 연료로 하는 발전소 건설물량을 결정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올해 계획에서 원자력의 구체적인 물량은 미정이다. 국민 여론을 수렴해 향후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한다는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정책에 반영한 결과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일반 국민과 지역 주민의 불안감을 인정, 정책적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진흥과 규제 일체화는 원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고 결국 전력수급계획상 원자력 비중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계의 연구비에 대한 독점적 욕구가 오히려 원자력의 발전 비중 및 사회적 역할을 축소시키게 될 수 있다. 원자력학계는 원자력산업의 발전과 학계의 연구비를 맞바꾸려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원자력 기술의 성격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원자력을 포함해 모든 에너지 기술은 공히 똑같이 중요하다. 따라서 주어진 예산 범위에서 에너지기술 간의 공정한 경쟁은 오히려 기술혁신 역량과 예산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원자력발전기술은 전력 수급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 APR+(차세대 신형 원자로)를 통해 규모 효율성을 완성, 추가 연구ㆍ개발 수요가 상당 줄어든 상태다. 최근 원자력계의 핵심 이슈인 스마트원자로나 SMR(소형모듈원전)도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미래 거대기술의 성격보다는 시스템화를 통한 상용화 기술에 가깝다.
전력수급 안정과 연구ㆍ개발의 효율성 관점에서 원자력기술 개발은 에너지기술 전반에 대한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담당하는 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일괄적으로 맡는 것이 당연히 옳다. 다만 원자력 기술이 다른 에너지기술에 비해 특별한 부분이 있다. 안전기술은 당연히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핵무장과 관련한 기술적 사안은 안보 문제이고 비핵화 및 한ㆍ미동맹의 근간이기에 학계나 산업계가 미리 주장할 사안이 아니다. 이런 길을 간다해도 그 주체는 미래창조부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국방부와 국방과학기술원이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원자력 본연의 역할인 전력 수급에의 기여라는 측면과 에너지기술개발의 균형적인 발전 측면에서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는 정책은 지극히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