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반드시 참석해
회의 활력을 전파시켜야
동아리 입맞춤 경험살려
서비스산업 과감 진출을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바스락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1970년대를 관통한 당시 수출진흥확대회의 풍경이다. 대개는 차관보급 관료가 그달의 실적 보고를 하고 무역동향과 수출계획을 브리핑한다. 이윽고 박정희 대통령이 나서 몇 가지 코멘트와 지시사항을 말하는 것으로 1시간여의 회의는 막을 내린다. 지금은 역사박물관이 된, 옛 경제기획원 청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열렸던 이 회의에 참석했던 기억이 새롭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무역확대회의를 되살린다는 소식이다. 총리 후보 낙마, 윤창중 대변인 인선 구설 등 인사 후유증이 전체 국정 운영에 지장을 줄까 걱정되던 판에 그나마 낭보 아닌가. 글로벌 경제 환경이 날로 악화하는 실정에서 무역에 거의 의존하는 우리 경제, 일자리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화두인 까닭이다. 이 회의가 제도적 허점을 메우고 동기유발적 기관차가 될 수 있다면 대통령과 관련 공무원들이 몇 시간쯤 매달려서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과거 이 회의가 성공했던 이유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솔선했기 때문이다. 빠짐없이 참석해서 관계자들을 분위기로 독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관료들은 이 회의 브리핑과 실적 보고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고 또 사실 출세도 했다. 직접 대면이야말로 보고 라인을 능가하는 첩경이다. 배경 없는 똑똑한 관료들이 저마다 보고자가 되기를 희망해도 쉽지는 않다. 대개는 당시 상역국장이나 상역차관보 등의 몫이되, 때로는 내용에 따라 관련 부처가 맡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때 경쟁이란 실로 치열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이 잘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따른다. 애써 보고자로 나섰다가 낭패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료들에 따라서는 그날 보고 내용을 달달 외우고 예상 질문을 요즘 청문회 이상으로 준비하며 심지어 방송국 아나운서를 초빙, 발성 연습과 발언의 고저를 훈련받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무역 관련 공무원, 기업체, 때로는 기자실 브리핑을 위해 들어간 풀기자 등 언론인들까지 정신무장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심전심 이런 분위기가 국민에게 전해지면서 우리는 산업화, 민주화를 일구고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데 주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월간 경제동향 보고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술이 빛을 발한 좋은 예다.
이제 그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옆에서 본 통치술에 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그에게는 강점이 있다. 청와대 안주인에, 정치인 경력 15년, ‘선거의 여왕’ 소리를 들었고 아버지가 못 가본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으며 거기서 동아리활동을 통해 일반 학생들과 접촉하며 남학생과 입을 맞추기도(영어회화 짝으로서) 했다. 그런 열성이 5, 6개국 회화 가능자로서 상대국 원수나 대사들과 현지어로 인사하는 친숙한 외교력이 가능한 데다 서민 수시 접촉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진다. 말수가 적은 권위도 부릴 줄 안다.
반면 단점도 많다. 배우자가 없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가뜩이나 ‘불통’ 소리를 듣는 판에 구중궁궐 청와대에 홀로 살며 누구와 잔정, 잔소리를 주고받아 긴장을 풀어갈지 의문이다. 수시로 모르는 문제를 전화로 체크한다는 지인의 말이 있지만 전화 소리와 얼굴 보는 사이는 다르다.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 길목의 대한민국이 불통의 대통령 때문에 인사 실패로 선진국 되기와 애국심을 훼손시켜선 안 된다. 특히 부활할 무역확대회의는 중소기업 위주로 소통과 운영의 묘를 함께 얻기 바란다. 새로운 활로인 병원, 교육, 카지노 산업 등 서비스산업 역시 주요 의제로 올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