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못하는 현재-미래권력
정권교체기 정치적 불안정 초래
인선검증 과정서도 협력 불가능
시스템 통한 인사 자리잡아야
정권 교체기는 항상 정치적 불안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에서 야로 정권이 바뀌는 경우는 더욱 불안정하겠지만 여에서 여로 정권이 옮겨가도 어느 정도의 불안정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최고권력자가 교체되면 정치적 불안정은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불안정한 정도가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은 더욱 심하다. 지난 5년여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은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박 당선인이 사찰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현 정권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최시중, 천신일 등 이 대통령의 측근 특별사면을 둘러싸고 갈등마저 불거질 정도다.
이런 권력 간 불신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사에 관한 사안이다. 많은 언론들이 박 당선인의 인사를 두고 ‘깜깜이 인사’라고 부르지만 정작 ‘깜깜’하고 막막한 것은 박 당선인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검증이란 아무나 자료 갖다가 들여다보면 되는 사안이 아니다. 인선 과정에서의 검증은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현 정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물론 현 정권과 미래권력 간에 신뢰가 있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갈등 양상이라면 협력은 불가능해 보인다. 현 정권의 도움을 청했다가는 자칫 자신의 카드만 다 보여주고 정작 핵심은 알려주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미래권력은 가질 수 있다. 또 설사 현재권력이 도움을 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하더라도 미래권력은 이를 조작된 정보라며 신뢰하지 않을 확률도 있다. 그리고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인사 정보가 떠나는 권력에게 모두 들어가게 되면 결국 5년 동안의 중요한 정보 중의 일부가 외부세력의 수중에 들어가는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현 정권은 퇴임 이후에 일종의 안전을 보장하는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박 당선인이 현 정권의 도움을 청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박 당선인 측은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직 중도사퇴에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그래서 일정 부분 현 정권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전적인 의존은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검증 과정에서 구멍이 생길 위험이 존재한다.
새 정부 출범까지 20일도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모든 장관을 정권 출범 전에 임명하려 들지 말고, 일부분만 임명해서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도 노무현 정권하에서 임명된 장관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결 정족수를 채운 바 있다. 인사 문제로 정권이 출범 초기에 타격을 계속 받게 된다면 5년 내내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점을 박 당선인은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법을 개정해서라도 인사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당선인은 최소한 청와대와 국세청, 국정원, 경찰에 존재하는 인사 관련 자료를 직접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 다리 건너 부탁할 수 있지만, 당선인 측이 직접 자료를 접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당선인이 독립적으로, 실수를 최소화하면서 조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용준 위원장의 사례는 다른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부동산 문제나 아들 병역 문제는 지금 구비된 200여개의 자기진술 항목만 제대로 작성시켰더라면, 그리고 등기부등본만 떼어 봤더라면 얼마든지 거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너무 사람을 믿은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박근혜 정권은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믿도록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사 문제뿐 아니라 정치ㆍ사회 전반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