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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남’ 한층 자연스러워진 최수영의 연기(인터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최근 종영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은 엄마와 딸의 관계와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철부지 엄마 은미(전혜진)와 쿨한 딸 진희(최수영)의 한 집 살이는 재미도 주었고, 팁도 주었다. 딸 진희를 연기한 최수영은 연기가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최수영은 “방송되기 전 시청률이 잘 나오길 바랬지만, 이 두 사람의 얘기가 사랑받길 원했다. 이 가족 이야기가 위로가 됐으면 했다”면서 “막상 보고나니 내 마음이 후련했다. 작품이 잘 나왔으니, 신경을 안써도 되겠다 싶었다. 첫 회를 보고, 나만 재밌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다른 분들도 그 점을 느껴주시니 감사하고 신기했다”고 털어놨다.

최수영은 극중 특이한 엄마를 비교적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은미는 엄마인데도 어리광과 짜증,의존적인 면을 꽤 자주 보여준다.

“엄마들, 다 이러지 않나. 우리가 엄마에게 보고싶은 기준이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이걸 벗어나면 특이하고, 엄마 같지 않다고 한다. 엄마 같다가 뭔데? 엄마도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라는 반응을 보여주실때 반가웠다.”

최수영은 실제 엄마도 그런 면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공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은미와 진희가 여수 여행을 가서 싸우고, 그러다 케이블카 타는 장면은 실제 같았다는 것.

“제 실제 엄마와 이탈리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성당을 구경하다 말고 빨리 내려가려고 하시더라. 나한테 한번도 안돌아보고 계단을 계속 올라갈 수 있냐고 하시면서. 갱년기에, 낯선 나라에 가, 딸을 놓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까지 생기니 마치 어린애 처럼 변하더라. 내가 보호자가 됐고, 엄마가 피보호자였다. 보호받고 싶은 상태에서 어리광까지 부리더라. 엄마가 자식을 지키려고 할 때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걸 보면 이건 신기한 건데. 그게 우리 엄마랑 비슷한 부분이기도 했다.”

최수영은 “제 엄마가 이 드라마를 보시고 엄청 위로 받았다고 하셨다. 은미가 진희를 보내고 막 우는 장면, 진희가 쓰던 방이 비어있는 걸 보니 너무 슬펐다. 엄마도 마지막 회를 보고 나를 (소녀시대) 숙소로 보내고 엄청 울었다고 하셨다”면서 “나도 실제 내 엄마와 내 이야기 같은 특별한 드라마라고 말했다”고 공감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최수영은 전혜진의 오랜 팬이었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와 하정우와 함께 한 재난영화 ‘백두산’(2019)에서의 전혜진을 특히 좋아했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 수 있지 하고 생각하면서 바라보는 선배였다. 나이 차이로 보면 직장상사로 만날 가능성은 있지만 모녀 관계로 만나기는 어렵다. 최수영은 “오히려 행운이라 생각했다. 전혜진 선배님에게는 인생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누가 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빛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연기에 임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엄마-딸 같다는 말이 기분좋았다”고 했다.

최수영은 딸이 엄마에 대해 가진 연민, 동지애, 부채감을 생각하며 좋은 딸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본을 읽어볼수록 그렇게 접근하는 게 아니었다. ‘남남’의 모녀는 부채감, 미안함이 없는 친구이자, 동료 관계다.

“엄마가 어린 나이에 딸을 낳아 ‘힘들게 키웠구나’를, 딸은 ‘나도 힘들게 살았구나’를 각각 생각하는 드라마다. 딸의 성장후 서로 떼어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관계다. 너무 가까이 있다보면 고마움을 못느끼듯이. 마치 공기라는 존재를 인식못하는 것과 같다. 딸이 성장해 엄마에게 떨어져 나가는 얘기다. ‘남남’이 좋은 예시가 되어 모녀관계, 미혼모, 가족 얘기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최수영은 전혜진과 대화를 많이 해 이미 친해진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현장에서는 주로 호흡과 애드립에 대한 대화를 했다. 그래서 집에서 각자 만들어서 준비해오기보다 현장에서 맞춰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사실 전혜진 대배우 앞에서 조금 쫄기는 했다. 선배에게는 말을 못하고 안쪼는 척 했다. 그런데 2~3주가 지나면서 좀 더 편해졌다. 선배님이 촬영이 끝나면 오늘 저녁 뭘 먹으러 가지 하고 친근하게 다가오셨다. 연기할 때는 철저하게 엄마(은미)로 존재하는 걸 보고, 나도 시청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좀 더 편하게 일상톤의 연기를 펼쳤던 것 같다.”

극중 최수영은 나중에 나타난 생부 박진홍(안재욱)에게도 끝까지 아빠라고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고 부른다. 이런 점도 ‘남남’의 포인트다.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원작은 진희가 진홍에게 더 따지듯 추궁한다. ‘이제 와서 뭘 잘했다고~’ 하면서 아빠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런 점이 좋았다. 늘 예상을 벗어나는 반응을 하는, 그래서 캐릭터가 더 확실하게 생겼다고나 할까.”

전국에 있는 ‘진희’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괜찮은줄 알았는데, 괜찮은 게 아니더라’라는 대사가 마음에 든다. 아무리 가족이 옆에 있어도 한번 오롯이 살아보지 않으면 그 과정이 넘어가지 않더라, 세상의 진희가 그런 과정이 올 때 가만히 있지 말고, 혼자 맞부딪히면서 굳은 살을 만드는 시간을 진득이 가져보라. 그 단계를 거쳐 진정한 어른이 되고, 독립하시길 바란다.”

최수영은 소녀시대 멤버인 윤아와 유리 등이 모니터도 해주고 응원해줬다고 했다. 자신도 소녀시대 멤버들이 나오는 드라마는 꼭 챙겨본다. 그룹 활동을 하다 솔로로 활동하는 멤버들을 보면 더욱 각별한 느낌이 난다.

“태연이가 무대를 꽉 채우며 고군분투할때 짜릿하고 재밌다. 축하해주고 싶다. 제 친구이고, 우리 멤버였던 게 자랑스럽다.”

이어 남자친구인 정경호가 ‘남남’을 좋아했고 시청률까지 신경을 썼다고 했다. “저보다 작품을 신경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최수영은 음악과 연기를 오랜 기간 병행하는 엄정화가 롤모델이다. 용기를 주는 레전드라고 했다. 묵묵히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후배에게 응원이 된다고 했다.

“아직 연기해본 작품이 많지 않다. 작품을 고를 때가 왔으면 좋겠다. 안해본 게 뭐지 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안해본 게 많다. 다작이 가장 큰 도전목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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