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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세계 1위 국가부채 증가율, 강력한 재정다이어트 필요

세금은 적게 내고, 복지는 대폭 확대하고, 일은 안 해도 풍족하게 사는 국가가 가능한가?

최근 국가부채를 확대해 이러한 유토피아 분위기를 조성하는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있다. 토머스 무어의 소설에 나오는 ‘유토피아’ 의미는 현실 세계에 없는 ‘이상향’이라는 뜻이다.

지난 5년 동안 무책임한 세금 퍼주기 때문에 재정버블이 급속히 커졌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국가부채 증가율이 선진국 평균 증가율의 2.5배 속도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에 국가부채비율이 국민총소득(GDP)의 36%에서 50%로 급팽창했다. 민간부문의 가계부채 규모도 국민총생산액 대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노후를 보장하는 국민연금의 고갈시기는 해마다 빨라지고 건강보험, 실업보험 등 공적 보험도 매년 추계할 때마다 기금 고갈시기가 악화되고 있다.

미래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나랏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재정거품을 빼기 위한 획기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내년 예산 증가율을 올해 대비 2.8% 증가한,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증가율로 편성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증가비율 억제에 찬사를 보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3% 수준, 올해 세수 부족이 약 60조원, 내년 국채 발행액이 80조원 규모를 고려한다면 2.8% 증가비율은 사실상 큰 축소는 아니다. 정부가 재정위기 심각성을 느끼고 행동으로 나선 점을 지원해야 한다. 부동산, 경제 등 모든 거품처럼 재정 역시 거품이 끼면 언젠가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질병에는 급성 질병과 만성 질병 두 종류가 있다. 우리 재정은 세계 1위 빠른 부채 증가율이라는 ‘급성 질병’, 인구감소 때문에 천천히 발생하는 ‘만성 질병’ 두 병을 동시에 않고 있다.

과거 우리는 노인 인구가 적고 젊은 인구가 많은 인구구조 덕분에 복지비용은 적게 쓰면서 경제 성장과 국방비 등에 많은 재정을 투입할 수 있었고, 아울러 튼튼한 건전재정을 유지했다. 인구구조상 청년 인구가 많아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이익인 ‘인구 배당 효과’의 덕을 크게 봤다.

청년 인구가 많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현재 인구 배당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산율이 0.6%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몇 년 만에 출산율이 1% 초반대에서 0.6% 수준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 수가 14.6만쌍이라고 한다. 최근에 태어나는 소수의 신생아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역(逆)인구 배당 효과’ 때문에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슬픈 운명이다.

미국 경제학자 코호트가 저출산 등 원인에 대해 분석한 ‘코호트가설’이 있다. 결혼 적령기 사람들이 지금의 삶과 과거 청소년기의 삶을 비교해 지금의 삶이 과거보다 나으면 결혼을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결혼을 미룬다. 현재 삶보다 미래의 삶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면 결혼도 안 하고 자녀를 적게 갖는다는 학설이다.

저출산 대책으로 지난 10년 동안 280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이유는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청년층의 불안을 정부가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다.

이미 나타난 재정의 ‘빨간 불’은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전략적인 대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해답은 범국가적인 재정의 구조조정과 다이어트다. 내년 4월 선거를 앞두고 예산 축소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등 많은 반발이 예상된다. 공짜로 1만원을 받는 기쁨보다 1만원을 빼앗기는 데에 느끼는 고통이 훨씬 크다고 한다.

총론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각론적으로 개개 수혜자의 축소 반대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을 설득하는 것은 험난한 난제다.

개인이 체중 감량을 위한 다이어트를 해보면 ‘참을성’의 중요함을 경험한다. 나라 재정도 다이어트를 성공하려면 장기간에 걸쳐서 참을성이 필요하다. 한자로 ‘참는다’는 ‘인(忍)’자의 뜻은 ‘칼 도(刀)’변에 가운데 점을 찍고 그 아래에 ‘마음 심(心)’자가 있는 모양이다. 칼날을 가슴 한가운데에 겨누고 참는다는, 목숨을 걸 정도로 절박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는 위기를 목전에 두고도 ‘어떻게 되겠지?’의 위기불감증이 가장 큰 위기다. 감내하기 어려운 부채를 후손에게 떠넘기기는 기존 세대의 ‘공정과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래 10년 후, 20년 후 국가부채 급증, 연금 등 공적 보험 고갈, 높은 세금 증가 등 암울한 통계를 정확히 추산해 초·중·고등학생의 경제교육 시간에 알려주는 것을 제안한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미래를 고민해 보고, 40대, 50대 부모세대에게 따져보게 만드는 기회를 주는 것은 기회의 공정 측면에서 필요하다.

미래 세대는 불가피하게 ‘고부담 저보상’ 운명이다. 정부가 사회적 위기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있겠지만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재정의 구조조정을 국민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권과 이익단체의 반대로 방치된 교육교부금 제도 개선, 무분별한 지방 공항 신설, 재원대책 없는 무책임 복지 확대 등 현안 재정개혁 공론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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