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하트시그널4’의 주미와 ‘돌싱글즈4’의 소라 씨의 공통점은 프로그램에서 커플로 맺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주미는 스핀오프 ‘애프터시그널’에서 유지원과 ‘썸’을 타고 있지만, 자신이 마음을 두었던 한겨레와는 맺어지지 않았다. 또 소라는 ‘대관람차’ 최종선택에서 아무도 탑승하지 않아, 홀로 집에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데이팅 프로그램에서 커플을 얻지는 못해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자체가 큰 소득이다. 하라는 연애보다는 남의 상황에 참견하는 이른바 정치질에 몰두하는 ‘나는 솔로’ 돌싱특집을 보면서 이 두 사람이 데이팅 리얼리티에서 보여준 모습이 새삼 좋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또 한번 성장했다. 그게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
변호사인 주미는 ‘하트시그널4’에서 겨레를 좋아했지만, 겨레는 일편단심 지영에게만 향했고, 결국 겨레는 지영과 커플을 이뤘다. 하지만 주미는 겨레에게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표시했다. 결과는 주미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주미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주미는 남들이 뭐라 해도 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줏대 같은 것들이 동시에 읽힌다. 한겨레를 자신이 당겨야 되는 순간에도 “이제 너가 와야 되는거지 더 이상은 못당기지”임을 부드럽게 보여주었다. 그것도 자신감이자 자존감이다.
주미는 이미 사랑의 향방이 어떨지를 알고있는 ‘눈치 빠르고, 센스있는’ 사람이었다. 이 정도 촉이나 정보량을 갖춘 사람이 ‘나는 솔로’ 돌싱특집에 있다면 정치질과 남의 이야기에 열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미는 조용히 자신의 감정만 끌고갔고, 사랑이 아닌 남자와는 관계를 분명하게 설정했다. 주미는 나중에 한겨레에게 “오빠가 지영이가 정리됐다고 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하나도 안믿었거든. 근데 강한 긍정은 부정인 것 알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동시에 주미는 ‘하트시그널4’의 공식 힐러였다. ‘인프피’(INFP) 남자들의 감성을 터뜨린다. 주미와 민규와의 파주 음악감상실에서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잘 울지 않는 민규를 이날 울렸다.
주미는 “나는 기대는 걸 잘 못한다. 나혼자 아등바등한다”면서 “연애를 하려면 나도 기대고 상대방이 나한테 기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 것을 보면서 날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연애관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주미는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커플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줘 전국민이 응원하게 됐다. 요즘 ‘지주미’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 주미가 지인 결혼식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이 “의사양반(지원) 만나야돼”라며 응원해주었다. 끝까지 안될 것 같은 ‘사약길 커플’ 지원-주미 커플의 가능성이 지원의 마음도 흔들면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주미는 여성 참가자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와 데이트를 나서는 여자의 머리를 만져주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미는 지영 등과도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돌싱글즈4’ 소라는 틱톡 마케팅 총괄팀장 등 온라인 생태계 전문가지만, 남성에게는 어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처음에는 리키에게 표현했는데도, 리키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결국 리키는 하림과 동거커플이 됐다. 이후 지미에게도 친근감을 표시했지만 지미는 이미 희진과 가까워진 상태였다.
자신의 액션이 늦었음을 알아챈 소라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했던 소극적인 행동들을 후회했었다. 그냥 사람받고 싶었을 뿐인데”라고 말하면서 엉엉 울었다. 이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표현을 확실히 해서 후회 없이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라는 이런 성장 외에도 또 다른 성장의 멘트를 내놓았다. 소라는 톰과의 1대 1 데이트에서 “내가 돈을 벌고 남편이 아이를 전적으로 케어했다. 나도 매일 회사에서 일하며 힘들게 사는데 남편이 매일 집안 일을 하는 걸 왜 고마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내 인생 이혼 빌런은 전남편이지만 전남편과 그의 친구나 가족 입장에서는 내가 빌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지사지할 수 있다는 건 좀 더 성숙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주미와 소라는 밖으로 나오면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질 것 같다. 좋은 일이 꼭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나는 솔로 그후 사랑은 계속된다’의 8기 영숙은 예상 외로 남자출연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영숙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철이 13기 현숙과 데이트를 나가자 뒤따라나섰다. 영철에게 어필을 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는 “여자가 너무 적극 나서다가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고 인터뷰했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이전에 영숙은 술을 마시고 영철과 종수 등에게 막말을 하기도 했다. 영숙이 커플이 맺어지지는 않아도 주미와 소라처럼 좋은 인상을 남기면 더 나은 상황을 기약할 수 있다. 남성은 그 프로그램에 나온 4~6명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은 넓고 연애할 남자는 많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다. 커플을 이룬 자만이 연애 프로그램의 수혜자는 아니다. 하지만 영숙은 좋지 않은 애티튜드를 보여줘 눈살이 찌푸려진 적이 있다는 점이 못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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