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B조 대만과 대한민국의 야구경기가 0-4 대한민국의 패배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를 기다리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승점도 없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에 또 다시 산수의 시간이 다가왔다.
고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것도 아니고 나누고 빼고 또 나누는 단순 계산이 한국 야구대표팀의 앞날을 좌우한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지난 2일 '난적' 대만에 0-4로 완패해 4회 연속 우승 도전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조별리그-슈퍼라운드로 이어지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의 국제 대회 규정상 우리나라는 슈퍼 라운드에 올라 일본과 중국을 제압하더라도 자력으로는 결승에 오르지 못한다.
A조 1위가 유력한 일본이 B조 1위 대만을 꺾어주는 행운이 따라야 우리나라와 세 팀이 2승 1패로 맞물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후 동률팀 간 경기에서의 순위 결정 규정을 따지는 게 한국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동률팀 순위 결정의 첫째 원칙은 승자승으로, 이는 세 팀이 물고 물리는 경우엔 무의미하다.
두 번째가 바로 팀 성적지표인 TQB(Team's Quality Balance)다.
먼저 팀 득점을 공격이닝으로 나눈 수치 A를 구하고, 팀 실점을 수비이닝으로 나눈 수치 B를 계산한다. A를 B로 나눈 TQB가 큰 팀이 상위를 차지한다.
분자가 크고, 분모가 작아야 TQB 수치가 커지므로 득점은 많고, 실점은 적어야 한다는 얘기다.
TQB마저 같다면 동률팀간 경기에서 TQB 대비 최소 자책점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점수 적게 주는 팀이 절대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0-2로 끌려가다가 고우석(LG 트윈스)의 난조로 2점을 더 줘 대만에 0-4로 졌다.
일본에 이기더라도 큰 점수 차로 이겨야 하고, 일본이 대만을 역시 큰 점수 차로 따돌려야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이 보인다.
한 번의 패배가 부른 최악의 결과로, 여러 조건이 맞물려야 하는 요행에 가깝다.
역대 '최약체' 타선이라는 한국이 프로에 버금가는 일본 실업 야구 투수들의 빠른 볼을 제대로 때려낼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대만에 1-2로 져 조 2위로 슈퍼 라운드 오른 뒤 일본을 5-1로 따돌려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일본이 대만을 5-0으로 꺾은 덕분에 한국, 일본, 대만 간의 TQB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대만을 앞서 일본과 함께 결승에 진출했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5년 전보다 대만에 더 많은 점수를 줬고, 주축 선수들도 만 25세 이하, 프로 4년 차 이하로 경험이 일천하다는 사실은 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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