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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포털 클릭’ 조작 실체 규명하고 시스템 정비해야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8강전 응원 클릭에서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조작 정황이 나왔다. 카카오가 확인한 중국 응원 클릭 2300만건 가운데 해외 단 2곳의 IP(인터넷주소)에서 2000만건 가까운 클릭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포털의 여론 조작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다. 스포츠경기 응원이지만 그렇다고 사안이 가볍지만은 않다. 여론 동향에 민감한 정책이나 선거 등에 불순한 의도로 개입할 일말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무회의에서 방통위 긴급현안보고를 받고 ‘여론 왜곡 조작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이유다.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가 밝힌 응원 클릭 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총 3130만건의 응원 가운데 중국 응원이 2919만건(93.2%)으로, 이 중 네덜란드 1개 IP에서 1539만건이, 일본 1개 IP에서 449만건이 각각 들어왔다. 심야시간대에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클릭 수를 부풀린 것이다. 응원 클릭이 실제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발생한 건지, 중국이나 북한 등 제3국에서 두 나라를 그저 경유만 한 건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가 응원 조작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이번 사태는 다음의 클릭 응원이 로그인이나 횟수 제한이 없어 벌어진 일이다. 로그인을 해야 가능한 네이버의 응원 결과치가 정상적인 것과 비교된다. 필터 기능을 두지 않아 왜곡이 가능한 구조라는 점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루킹 여론 조작’ 트라우마가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놀라는 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를 ‘국기문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포털 길들이기’로 몰아갈 일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 소지가 있는 포털 내 매크로 여론 조작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포털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여론 조작은 일이 벌어지고 나면 손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과를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부추겨 불신사회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시스템 정비와 대비책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관련 법 논의도 필요하다. 현재 소관 국회 상임위인 과방위에는 주요 웹사이트에 댓글을 단 곳의 국적과 VPN(가상사설망) 우회 접속 여부를 표시 하도록 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국민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포털의 책임은 더 크다. 악용을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기술 적용으로 건전한 공론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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