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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상습적 글로벌 IB 불법공매도,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대형 투자은행(IB)이 불법 공매도를 일삼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문제가 된 곳은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홍콩 HSBC로, 모두 내로라하는 글로벌 IB업체라 충격이 더 크다. 수법도 매우 고의적이고 상습적이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부터 무려 9개월간 카카오 등 100여개 종목을 대상으로 400억원 상당을 무차입 공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HSBC도 수법은 비슷했다. 2021년 8월부터 4개월에 걸쳐 신라호텔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가량을 무차입 공매도했다. 지금까지 적발된 불법 공매도 중 규모도 가장 크다. 이처럼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며 장기간 불법 공매도가 가능했던 것은 결국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탓이다.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불법 공매도의 해악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차후 다시 매수해 갚는 매매기법의 하나로,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차입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먼저 팔아 나중에 이를 정산하는 ‘사후 차입’ 방식이다. 적발된 업체들은 이 수법을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 매도물량을 마구 쏟아내면 주가 하락은 가속화되고 시장의 공정성은 무너지게 된다. 불법 공매도를 엄중 처벌해야 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금융당국의 엄단 호언에도 불법 공매도가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적발 건수만 보더라도 2020년 4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0건을 넘어섰고 올해는 8월 말 현재만 해도 40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적발돼도 처벌이 솜방망이다 보니 계속 불법이 자행되는 것이다. 지난 4년간 불법 공매도 과징금은 평균 1억8000만원이었다고 한다. 얻는 이익에 비해 과징금은 푼돈에 불과하니 마음껏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신뢰를 잃은 시장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처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엄정해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IB업체에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했지만 그런 정도로는 불법을 뿌리 뽑을 수 없다. 시장 퇴출 등 초강경 대응으로 그 싹을 잘라야 한다.

자본시장은 우리 경제의 핏줄이다. 그 흐름이 건강하지 못하면 경제는 시들 수밖에 없다. 동학개미들이 서학개미로 변신해 뉴욕이나 도쿄 시장 문을 부쩍 두드리고 있는 것도 우리 시장에 대한 불신이 한 원인일 수 있다. 특히 공매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본과 정보가 부족한 개미투자자들에게는 커다란 벽이다. 거기에 불법 공매도까지 더한다면 제대로 된 시장이라 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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