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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자도 못 번 한계기업 역대최대, 기촉법 부활 서둘러야

경기 불황과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경영난에 빚을 낸 기업이 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계기업들의 실적이 앞으로 나아질 여지도 많지 않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오름세 등으로 대출이자 부담은 더 커지는데 실질소득이 줄고 있는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비금융기업 91만여곳 대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기업의 비중이 42.3%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올랐다. 기업 경영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122.3%, 31.3%로 2015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010조916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조3630억원 불었다. 최근 5년간 증가율은 50%에 달해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31.2%)을 크게 웃돈다. 가계부채 위기에 더해 한계기업 ‘빚폭탄’이 금융시장의 뇌관이 될 우려가 크다.

문제는 한계기업 가운데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기업과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을 가려내야 하는데 이런 기업 개선작업(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접(기촉법)이 국회의 태만으로 지난 15일 일몰돼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가 있긴 하지만 워크아웃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제약이 많다. 금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워크아웃으로 부실징후기업을 정상화시킨 성공률이 34%에 달하고 기간은 3.5년에 불과했다. 법정관리의 성공률 12%, 정상화 기간 10년에 비해 더 효율적이다. 수출기업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신용장거래가 중단되는 등 정상 영업이 어려운 반면 워크아웃은 큰 부작용 없이 상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줄도산하자 2001년 한시법으로 만들어진 기촉법은 6차례에 걸친 법률 제·개정을 통한 연장으로 올해까지 유지돼왔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하이닉스, 현대건설, 금호아시아나 등이 워크아웃을 거쳐 되살아났다. 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불황의 여파로 워크아웃제도의 유용성이 커진 때에 정작 기업이 기댈 언덕이 사라지는 것은 퇴행적이다. 그 이유가 여야의 극한 정쟁에 따른 태만 때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국회와 정부는 재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민생 국회’는 이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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