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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축 끝? 계속? 알 수 없는 美경제…무디스, 시진핑, 트럼프 [홍길용의 화식열전]
금리인상은 수요위축…공급발 인플레 효과 적어
공급망 정상화 15일 미중 정상화의 결과에 주목
긴축효과 줄인 美 재정투입…신용등급강등 위기
임시예산 집행 곧 종료…민주·공화 또 대립할 듯
연준 외 금리 영향주는 다양한 현상들 이해 필요

일주일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10월 말 미국 재무부가 예상치를 밑도는 국채발행을 계획을 밝히고 이어 이달 초 연방준비제도(Fed) 공개시장조작회의(FOMC)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긴충 중단 기대가 높아졌었다. 하지만 지난 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의장이 추가 긴축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이어 10일에는 무디스(Moody's)가 미국 정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등급전망 하향은 등급강등 경고다. 국채 조달금리는 계속 증가하는데 재정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다. 무디스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 가운에 유일하게 미국에 아직도 A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다시 일주일도 안돼 달라질 수 있다. 다음 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기 때문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의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2022년 닥친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 긴축, 모든 인플레이션에 통하지 않아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물가안정이다.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화폐가치의 안정을 최우선에 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과연 금리로 물가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까? 시장 경제는 수요와 공급이란 두 축의 상호작용이다. 어느 한쪽만 봐서는 제대로 시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물가상승의 경로는 크게 두 종류다. 공급이 줄거나 수요가 늘어날 때다. 처방은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위축시키면 된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후자 쪽에 작용한다. 돈을 쓰는 비용을 높여 원가가 상승하면 소비가 줄어드는 구조다. 경제활동의 부담을 높여 경기가 침체되는 부작용이 있다.

공급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처방은 뭘까? 안정적으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면 된다. 공급부족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생산이 부족한 경우와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다. 생산이 부족하면 투자를 독려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금리를 낮추면 수요도 증가하니 재정으로 지원하는 게 낫다.

유통이 원활하지 못한 게 진짜 난제다.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데 오늘날의 공급망은 여러나라에 걸쳐 있다. 국가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한다. 경제적 이유 뿐 아니라 안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양할 수록 조정의 변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공급망 갈등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유다.

현재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수요측면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 극복을 위해 풀었던 천문학적인 돈이다. 공급측면에서는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변화다. 전자는 금리를 올리면 되는데, 후자 쪽은 그렇지 못하다.

전세계적인 대응은 일단 금리를 올리는 쪽이었다. 당장 공급을 어찌하지 못하니 경기침체를 각오하고 수요를 줄여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접근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엉뚱한 현상이 나타났다. 금리를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생산이 안보라며 공급망 확충에 막대한 재정까지 투입했다.

▶달러 덕분에…미국, 긴축+재정확대=경기호황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가 된다. 수입물가 하락 요인이다. 반면 다른 나라들도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도 함께 올리면서 수입물가 하락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미국은 그 동안 양적완화와 코로나19 극복에 푼 돈의 규모도 다른 주요국 대비 월등히 많다. 축적된 소비여력도 가장 크다.

미국은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기업들은 주로 회사채로 돈을 빌리는데 그 만기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길다. 금리상승 효과가 실물경제에 서서히 반영된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증시로 향하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고 주식 비중이 높은 미국인들의 자산가치도 높아졌다.

어찌보면 지금 미국은 물가 자체가 아니라 경제가 너무 달아오른 것이 문제인 듯 보인다.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은 연준이 강달러로 완화시키고, 부족한 공급을 늘리기 위한 재정을 통해 공급확충을 지원하면서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올라 경제성장이 가팔리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미국의 호황이 다른 나라에는 불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극단적인 곳이 중국이다. 30년 이상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어렵게 됐다. 자동차, 정유 등 중국의 산업생산능력은 전세계에 충분히 공급할 정도이지만 미국이 막고, 유럽이 견제하면서 팔 곳이 없다.

미중 정상회의가 두글로벌 공급망 경색을 얼마나 완화시킬 지가 중요한 이유다. 중국의 수출을 막으면 미국기업의 중국시장 접근도 어려워진다. 최근 미국의 첨단제품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도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맞선 것은 결국 두 나라가 담판을 위해 판돈을 키우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미중 정상회의 결과는 중국 경제와 밀접한 유럽 및 신흥국에도 영향이 크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사상 최대규모의 경기부양을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 미국의 소비가 아무리 강해도 세계 2대 소비시장인 유럽이 어려우면 글로벌 경제의 효율이 높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달러는 무한에너지(?)…미국, 커져가는 재정부담

미국은 양적완화 기간 동안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연준이 이를 인수했다. 지난 해 긴축 이후에는 연준이 아닌 시장에서 발행되는 국채를 소화했다. 세수는 줄고 친환경전환 등을 위한 자금소요는 늘면서 미국의 재정적자는 계속 불어났다. 금리상승으로 조달비용 부담도 커졌다.

미국 의회는 국채 발행은 승인권 뿐 아니라 예산안 편성권도 갖는다. 미국도 우리 못지 않게 극단적인 정치대립 상황이다. 공화당 신임 하원의장은 내년 대선 출마를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정부에 우호적일 리 없다. 오는 18일 임시예산 시한이 끝나면 재정불안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금리 상승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거의 모든 나라에 재정은 난제가 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나라 빚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정부 재정을 지키는 대신 민간부채를 급증시켰지만 고령화와 함께 잠재적인 나라빚이 곧 급증할 처지다.

글로벌 수요와 공급체계, 생산의 효율과 기술의 혁신, 제도와 재정의 역할 등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각 요소들을 잘 이해해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 대한 예측의 정확성도 높아진다. 설령 예측이 틀리더라도 상황에 따른 최적의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에는 아주 유용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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