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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흥, 과연 이뤄질 것인가[시라이 사유리 - HIC]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정 하라미즈 마을 ''제2하라미즈공업단지''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제2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올해 말 완공이 목표다. [교도·연합]

일본은 세계적으로 경제안보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것을 호기(好機)로 보고 경제성장전략과 지방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반도체는 가전제품, 자동차, 자율주행, 컴퓨터, 스마트폰, 생성AI, 전기자동차 등에 폭넓게 사용되며 현대 산업에 필수 불가결한 중요 부품이다. 향후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행히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 및 반도체에 필요한 부품소재 분야에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국내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에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할 만큼 성공했지만 현재는 약10%에 그친다. 실패 요인으로는 미-일 반도체협정에서 가격유지정책에 서명해 한국 및 대만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졌고, 일본 기업이 설비 투자에 소극적이었으며, 경영 실패로 인해 세계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점 등이 거론된다. 단기적인 이익을 쫓는 자세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한국 및 대만 기업을 이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2009년경부터 설비 투자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기업의 장기적인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개혁을 2015년부터 실시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중 대립 심화를 겪으면서 일본 국내에서 반도체에 대한 기업과 국민 인식이 크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선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마스크나 의료품이 부족해 유사 시 필수품이 공급되지 못하는 사태를 경험했고 주요 품목은 국내에서 생산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중국의 언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드러나는 중국의 군사적 존재감 등에서 중국에 대한 서방의 불신이 고조됐다.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극단적인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 거점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됐다.

또한 세계 각국 및 각 지역에서 경제 발전과 고용 유지를 위해 자국의 제조업 거점을 육성하고 있다. 이에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지급하는 산업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민간 기업의 설비 투자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은 거의 없었는데 2022년 8월 미국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 억제법(IRA) 시행 이후 반도체 및 청정에너지 산업에서 민간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 및 세액 공제 등의 재정지원을 발표했다. 지원금액은 전자가 5년간 약 7.5조엔, 후자가 10년간 약 75조엔이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외 기업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 활성화 및 고용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향후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일본, 한국 등도 자극을 받아 보조금 경쟁에 불이 붙었다.

TSMC 공장 유치로 불붙은 일본의 반도체 정책

일본은 청정 에너지 산업보다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약 2년 간 2조엔 이상의 예산을 편성했고 대부분을 국내외 기업에 반도체 관련 공장의 건설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최대 보조금은 구마모토현(熊本 )에 유치한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이자 세계최대기업인 TSMC의 제1공장 건설비에 지급됐다. 제1공장은 TSMC가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소니 그룹의 자회사인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즈(Sony Semiconductor Solutions Corporation)와 덴소 등이 출자한 자회사인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이 2022년 4월부터 공장을 짓고 있다. 총 공사비 1조1억엔 중 약 40%(4760억엔)를 일본 정부가 부담했다. 2023년 말에 완공할 예정이며 2024년 말부터 회로선 폭 22/28나노미터 프로세스와 12/16나노미터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성숙 공정이지만 공장 건설을 계기로 일본의 반도체 제조장치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주변에 모여들고 있어 구마모토현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노동력 및 토지 부족으로 임금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버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 경제가 고령화 및 인구 감소로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반가운 이야기로 일본 언론에서 자주 다루고 있다.

그 밖에 주목할만한 움직임으로는 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Rapidus)의 홋카이도 공장 건설이 있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소니 그룹, NTT 등 8개의 일본 대기업이 설립한 회사로 IBM과의 기술 제휴 협력을 통해 일본 최초로 2나노미터의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생산가능한 반도체는 40나노미터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흥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는 자율주행, 5G, AI 등에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안보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해당 공장은 현재 건설 중이며 총공사비는 약 5조엔이다. 그 중 정부 보조금은 3300억엔이다.

2023년 11월 경제대책 발표: 보조금 추경 지원

일련의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올해 11월에 발표한 종합경제대책에서 2023년도 약 13조엔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반도체 산업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예산은 총 1조9억 달러다.

이 중 TSMC의 제2공장을 구마모토현에 건설하기 총 공사비인 약 2조엔 중 40%(7500억엔)에 보조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제2공장에서는 6나노미터와 12나노미터의 최첨단 로직 반도체의 양산을 예정하고 있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제1공장과 제2공장 모두 주요 거래처는 소니 그룹이 될 예정이다.

라피더스 또한 대량생산을 위한 시제품 라인의 추가 투자에 대해 5900억엔의 보조금을 새롭게 지원할 방침이며 앞으로도 재정적인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니 그룹의 경우 미국 애플의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증산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국 인텔은 일본의 반도체 재료 제조업체 등과 협력해 첨단 반도체 조립 등의 후공정에서 조립 자동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보조금을 준다. 일본에 처음 진출하는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파워칩반도체제조공사(PSMC) 투자 등 차량용 혹은 AI용 반도체 회로 설계 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공정에 보조금이 지급된다.

향후 과제: 반도체 수요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많은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정책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첨단 반도체의 수요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인구는 유럽 5억명, 미국 3억명과 비교해서 1억2000만명 수준으로 적고, 인구 또한 감소 추세에 있다. 2022년 국가 경제 규모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살펴보면 미국 25%, EU 17%, 그리고 일본이 4% 수준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더라도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라피더스의 첨단 반도체 대량생산의 경우 성숙 공정 반도체에 비해 수요가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대만 TSMC나 한국 삼성 등 타사의 경쟁력이 높아 이미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기업과 겨루기에 불리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의 공급 측면의 지원만으로는 기업이 이익을 내고 존속해 나가기 어렵다는 우려도 높다.

정부는 공장이 가동하면 법인세와 고정자산세 등에 따른 세수가 예상되므로 재정 부담 중 일부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및 유럽의 거대 시장이나 인도와 같이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현지에 있는 관련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거나 수요 개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재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은 젊은 인구 뿐만 아니라 이공계 전공자 및 고학력 인구 또한 감소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안하다. 해외만큼 이공계 고학력자가 우대받지 못했던 일본의 분위기도 원인 중 하나다.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높이고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어학능력을 높이는 일본 기업 또한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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