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제공]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SK스퀘어의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행사 포기로 주도권을 쥔 재무적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11번가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은 최대주주인 SK스퀘어으로부터 최근 사업계획서와 재무상황 등 자료를 넘겨받아 매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일홀딩스컨소시엄 관계자는 “현재 SK스퀘어가 제공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 일정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사전작업이 완료되는 내년 1월 중순 이후 매각 대상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SK스퀘어가 큐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 전 11번가에 관심을 보였던 원매자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직구 서비스로 협업 중인 미국 아마존 외에도 중국 알리바바 등이 거론된다.
11번가의 재매각 작업은 SK스퀘어가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시작됐다. SK스퀘어는 지난 2018년 11번가의 가치를 2조7500억원으로 보고,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지분의 18.18%인 5000억원을 유치했다.
계약서에는 콜앤드래그(call and drag·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대주주 지분까지 끌어와 강제 매각할 수 있는 조건) 조항이 포함됐다.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로부터 해당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조항과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보유 지분을 묶어 11번가를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 Along·동반매각청구권)을 합친 것이다.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SK스퀘어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으려면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SK스퀘어는 작년부터 기업공개를 준비했지만, 시장 악화로 9월 30일인 상장기한을 넘겼다. e-커머스 플랫폼 큐텐과 진행했던 매각 협상 역시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됐다.
SK스퀘어도 진행 중이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불발 책임론이 불거졌던 하형일·안정은 11번가 공동대표의 유임 역시 협력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SK스퀘어에서 확보한 자료는 드래그얼롱 행사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전작업이 끝나는 대로 매각이 빨리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11번가의 기업가치가 기대보다 낮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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