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 [123RF]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한국처럼 도토리묵을 일상 음식으로 먹는 국가는 거의 없다. 도토리묵으로 만든 무침과 국밥, 국수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식재료를 잘 활용하는 조상의 지혜가 엿보인다. 특히 도토리묵은 손이 많이 가지만, 독특한 식감과 맛으로 별미 음식으로 꼽힌다.

도토리묵을 만드는 도토리의 핵심 성분은 탄닌이다. 폴리페놀류의 일종으로 떫은맛을 낸다. 조리 시 적당하게 남은 쓴맛은 도토리묵의 풍미를 만드는 요소다.

탄닌은 지방 흡수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학술지 ‘분자 대사학’ 저널에 실린 2019년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탄닌 성분이 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발생을 억제한다.도토리는 소화기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다.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에서는 “(도토리묵이)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기록돼 있다. 도토리 속 아코니트산 성분은 유해물질 배출을 돕기 때문에 독소로 인한 장(腸) 내 유해균 증식을 막는 데 이롭다.

열량도 낮은 편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도토리묵의 열량은 100g당 43㎉에 불과하다.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도 오래 유지된다.

도토리는 흔히 도토리묵무침으로 먹는다. 도토리가루와 밀을 섞어 만든 도토리국수도 별미다. 말린 ‘건 도토리묵’을 이용하면 활용도가 더 높다. 건 도토리묵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도토리묵강정’, 건 도토리묵을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으로 조려낸 ‘도토리묵볶이’, 달걀옷을 입혀 팬에서 구운 ‘도토리묵전’ 등 취향에 맞는 새로운 요리도 있다.

다만 도토리 섭취에 주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평소 변비가 있다면 탄닌이 많은 도토리묵을 한꺼번에 다량 섭취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도토리묵은 탄닌이 함유된 덜 익은 바나나나 떫은 감과는 궁합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