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한때 롱패딩이 유행할 때 숏패딩을 입으면 왠지 빈약해 보였다. 그리고 그때는 롱패딩을 입은 사람이 근거 없이 부자처럼, 귀티나게 보였다.
올해 숏패딩이 인기를 끌자, 몰지각한 몇몇 1020세대 사이에 롱패딩 입은 사람을 ‘패딩 거지’라고 놀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롱패딩이 유행할 당시 숏패딩 입은 사람들이 이유없이 겪었던 비애를 모르거나 잊어버린 것이다.
유행은 돌고도는 것이기에 ‘반짝 대세’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잠시 주춤하고 있는 패션스타일을 비하하면 안된다. 이런 짓은 현재 유행하는 옷에 대한 모독이고 누워서 침뱉기이다.
언제 다시 롱패딩의 시대가 올지 모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왜 숏패딩이 요즘 대세인지 그 이유를 제대로 보려고 한다. 롱패딩 유행때에도 이유가 있었듯이.
게스 제공 |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부터 꼽는다. 겨울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심리적으로 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물론 북극의 냉기를 가둬두던 폴라캡이 오존층 파괴로 깨지면서 북극한파가 아시아, 미주, 유럽 북반구를 강타해 지구온난화 이전 보다 더 매서운 추위가 가끔씩 오기 때문에 “괜히 숏패딩 입었어”라는 말이 나올 여지는 지금도 존재한다.
둘째로 패딩이 길지 않아도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다른 소품, 이를테면 목을 감싸주는 넥폴라 등이 유행의 한 축을 형성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다만 맹추위가 올 경우 숏패딩 입고 아랫쪽은 부츠와 두껍고 조임이 센 겨울스타킹에만 의존했다가는 하지정맥류 발병의 가능성은 커진다.
패피(패션피플)들이 많아진 요즘 롱패딩 보다 숏패딩이 더욱 다양한 스타일로 옷을 만들어내거나 코디하기 쉽다는 장점도 숏패딩의 재유행에 한 몫한다.
이를 업계의 수요창출 전략과 통한다. 아젠다를 내걸고, 숏패딩의 다양한 디자인을 미리 준비하고 일제히 쏟아냈다.
게스에서 모델 수지와 함께 선보인 ‘페더라이트 아우터웨어 컬렉션’은 컬러뿐 아니라 소재, 디테일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는데 특히 넥 부분 배색 포인트와 함께 활동성을 높인 스트레치 원단으로 제작되어 편안하면서도 스키웨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경우, 주당 1000장 이상의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포근한 소재감의 코듀로이나 일명 ‘떡볶이’ 단추라고 불리는 토글 단추가 더해진 패딩까지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숏패딩을 출시하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디자인과 코디가 자유로운 숏패딩 |
노스페이스에서는 글로시함과 크롭 디자인이 강조된 ‘2023 숏패딩 컬렉션’을 선보였다. 트렌드에 맞춘 짧은 기장에 광택감이 돋보이는 ‘여성용 눕시 숏 자켓’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팔 부분 탈부착이 가능해 패딩 한 벌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여성용 글로시 디테쳐블 다운 재킷’을 출시했다.
코오롱 스포츠에서는 2007년부터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헤스티아’에 사이드 지퍼 디테일이 더해 활동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높은 일교차에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퍼텍스 퀀텀 에어 소재를 안감에 적용해 뛰어난 방풍성과 통기성을 자랑한다. 겨울 아웃도어 활동에도 착용할 수 있는 벨티드 스타일의 중장 ‘뉴 쿠치 다운’은 후드 탈부착이 가능해 두 가지 스타일로 연출이 가능하다.
패션의 트렌드는 계속 변하고 진화된다. 지금의 숏패딩 열풍이 언제 또 뒤바뀔지 모른다.
유행이 바뀌어도 여전히 변치 않는 건 개성이다. 개성을 무시한채 다른 스타일을 욕하는 사람은 유행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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