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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31년만의 대중적자...확 바뀐 무역환경 새 활로 열어라

지난해 무역수지가 99억7000만 달러 적자로 기록됐다.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였던 2022년(477억8000만 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자동차·선박 등의 수출호조와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면서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다.

주목할 것은 한국 수출입 구조의 패러다임 변화다. 최대교역국인 중국과의 교역에서 한국은 지난해 180억 달러 적자를 봤다.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를 낸 건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이다. 원유를 사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중국이 사실상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된 셈이다.

반면에 지난해 대미(對美) 무역 흑자는 445억 달러로, 미국은 21년 만에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액(112억9200만달러)은 대중(對中) 수출액(109억 달러)을 추월했다. 대미수출이 대중 수출을 웃돌기는 2003년 6월 이후 20년 6개월 만이다. 연간 기준으론 여전히 전체 수출에서 중국(19.7%) 비중이 미국(18.3%)을 앞섰지만 올해는 순위가 역전돼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간에 활발하던 국제 분업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균열을 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편승한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 등이 숫자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1년만의 대중적자는 반도체가 고군분투하며 가려왔던 한국 무역의 취약성이 결국 드러난 것이다. 대중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30%를 넘는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무역수지는 2021년부터 이미 적자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이후 중국의 리오프닝(경기 재개) 부진과 중간재 수출을 통해 누렸던 중국 특수가 사라진 것이 더해졌다. 중국이 자국 기업을 통해 중간재를 자급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AI 등 첨단산업 부문의 기술력도 고도화하고 있어 대중 수출 감소는 물론 다른 시장도 중국에 뺏길 판이다. 한·중 무역이 보완적 구조에서 경쟁력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불러온 신통상질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확 바뀐 무역환경에서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 AI용 차세대 반도체, 소형모듈원자로(SMR), 바이오 등 수출의 새 엔진을 장착하고 천지개벽중인 중동과 인구대국 인도 등 유망 시장 선점에도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수출전선의 새 플레이어로 키우고 의료, 뷰티 등 서비스산업의 수출도 크게 늘려야 한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공산이 큰 만큼 핵심광물 확보 다변화를 위한 경제외교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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