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초기 비용이 과제…“보급되면 사람보다 싸질 것”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외식산업 박람회인 ‘NRA(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쇼’에 참가한 롯데GRS 전시관. AI(인공지능) 조리 로봇인 ‘알파그릴(빨간 점선)’을 활용한 시식회가 열리고 있다. [롯데GRS 제공]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프렌차이즈 외식업계가 주방 로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에 이어 햄버거 프렌차이즈도 주방에 로봇을 고용하고 있다. 맛의 표준화와 인력난이 주방 로봇 도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점은 2월 주방 자동화 로봇 알파 그릴을 도입해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손님이 ‘무인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매장 직원은 이를 확인하고, 튀김·패티를 조리하는 로봇인 알파그릴에 원재료를 투입한다. 현재 롯데리아의 패티 쿠킹 매뉴얼은 7단계의 단순 수작업 형태다. 여기에 알파그릴을 활용하면 6단계의 작업 과정이 생략된다. 패티 양면 조리 시간도 5분에서 1분 50초로 단축된다. 프렌차이즈 햄버거 맘스터치도 이달 3일 선릉역점을 개점하면서 ‘비프 패티 조리 로봇’을 도입했다.
치킨 프렌차이즈들도 앞다퉈 주방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이른바 튀김 로봇이다. 지난해 1월 수도권 4개 매장에 로봇을 도입한 교촌에프앤비는 같은 해 10월 두산로보틱스와 튀김 로봇 협약을 맺고, 전국 1300여 가맹점에 로봇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튀김 로봇은 주방에서 사람 대신 튀김류를 만든다. 반죽옷을 입힌 재료를 기계에 올리면 로봇이 자동으로 트레이를 움직이며 음식을 튀긴다. bhc도 지난해 10월부터 LG전자에서 제작된 튀김 로봇 ‘튀봇(TuiiBot)’을 도입해 서울 시내 2개 가맹점에서 운영 중이다.
경기 남양주 다산동 교촌치킨 점포에서 조리로봇이 튀긴 치킨조각들의 기름을 털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제공] |
프렌차이즈 업계가 로봇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절실함’이다. 한국프렌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외식 업계는 인건비와 구인난이 심한 곳”이라며 “일반 식당의 경우 비용 문제 때문에 할 수 없지만, 프렌차이즈는 본사가 있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온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숙박 및 음식점업의 인력 부족률은 5.3%로 전체 평균 2.9%의 두 배 수준이다. 전체 70개 산업군 중 6위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인력 부족률은 2021년 상반기 이후 4개 분기 증가하고 있다. 프렌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다른 업종은 기업형이 많지만 음식점의 경우 자영업자가 많다며 체감도가 훨씬 크다”며 “특히 주방의 경우 일이 힘들어 최저임금의 1.5배~2배까지 줘야 한다”고 했다.
사업 성공의 핵심인 맛의 표준화도 로봇 도입의 이유 중 하나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모든 가맹점이 똑같은 맛을 내는 게 중요한데 사람이 요리할 경우 맛의 차이가 생길 수도, 위생 문제도 발생 수 있다”며 “주방 로봇이 조리를 하면 모든 가맹점의 음식 맛이 똑같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롯데리아나 맘스엔터치는 직영점에서 주방로봇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가맹점주들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로봇 비용을 감당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일부 치킨 본사가 리스 형식으로 주방로봇을 시범 도입해 일부 가맹점에서 운영했지만, 일부는 비용 문제로 주방로봇을 반납했다. 하 교수는 “지금은 도입 단계라 주방 로봇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어느 분기점을 넘으면 사람을 쓰는 것보다 더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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