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가운데)이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로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은 뒤 같은 부문 남·여우주연상을 탄 스티븐 연(왼쪽), 앨리 웡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한국계가 미국 영화상 골든 글로브를 평정했다.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이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주요 상을 휩쓸었다.

7일(현지시간) 저녁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은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주연 배우를 맡았던 한국계 스티븐 연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계 배우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스티브 연과 호흡을 맞췄던 앨리 웡은 역시 같은 부문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로써 ‘성난 사람들’은 총 3관왕에 올랐다.

‘성난 사람들’은 큰 미래 없이 무일푼으로 사는 남성 대니(스티븐 연 분)와 남편과의 관계가 소홀해져 우울해진 부잣집 여성 에이미(앨리 웡)이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사소한 사고를 겪은 뒤 서로 복수전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연출·제작하고 극본도 직접 썼다. 영화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든 제작사 A24 작품이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해 4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 마자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회당 30분 분량의 10부작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매회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로 빠르게 전개되면서 몰입감이 높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아시안계 미국인의 삶의 애환도 섬세하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이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티븐 연은 이날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연합]

스티븐 연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정말 신기하다. 평소 내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개 고독과 고립에 관한 것인데, 이곳에서 이런 순간을 맞으니 다른 모든 사람이 떠오른다”며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같은 느낌”이라며 가족과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스티브 연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와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 등 한국 영화에도 참여하면서 한국 팬들에게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다. 그는 한국계 감독 정이삭이 연출한 ‘미나리’로 지난 202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스티브 연은 올해 개봉을 앞둔 봉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도 출연한다.

스티브 연은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에 따라 향후 에미상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한국계 감독과 배우의 조합으로 호평을 받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수상에 실패했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이자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주연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총 5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