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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극단 날씨’가 최대 위협이라는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회의에 맞춰 최근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4’에서 인공지능(AI) 보다도 ‘극단적 날씨’를 인류 최대 위협으로 뽑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럼에서의 화두는 AI에 집중됐지만, 전문가들은 AI가 가져올 충격적인 미래도 중요 사안이지만 이보다 인류 삶을 위기로 몰아넣을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한 경계심을 우선적으로 내세웠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전세계 전문가 149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리스크 중 가장 큰 위협요인이 뭔지 물었는데, 66%가 ‘극단적인 날씨’를 꼽았다. ‘AI가 생성한 가짜 정보’(53%), ‘사회적·정치적 대립’(46%)이 뒤를 이었다. 설문은 미리 추린 34가지 위협 요소 중 최대 5개를 복수 선택하게 했다. 응답자 3분의2가 변덕스런 날씨를 최대 걱정거리로 택한 것에 대해 보고서는 지난해 역사상 가장 더웠던 북유럽의 여름이 영향을 줬다고 해석한다. 특히 올해에도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엘리뇨가 5월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봤다.

WEF가 매년 펴내는 보고서에서 작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생계비 위기’가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거론됐고 ‘극단 날씨’는 두번째였는데 올해는 날씨가 첫번째 위기로 올라선 것이다. 보고서는 이에 이상기후에 따른 인류 공멸에 대한 경계심을 빼곡히 담았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대 초반 지구 온도가 ‘1.5도 임계점’을 돌파할 것으로 봤다. 동시에 수많은 재난 발생과 지구적 체계 붕괴를 점쳤다. 산호초 군락 파괴로 인한 해일 피해 심화, 해수면 상승과 기후 난민, 기상이변 급증과 농업 생산량 축소, 만성적인 빈곤과 분쟁도 예고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동시다발적 글로벌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섬뜩한 경고다.

주목되는 것은 천재지변 날씨에 대한 민감도가 글로벌 전문가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달랐다는 점이다. WEF는 앞서 지난해 4~8월 1만1000명을 대상으로 각국 위험에 대한 인식 조사도 진행했는데, 한국 응답자들은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로 경기 침체를 꼽았다. 주택 대출, 자산 거품 붕괴, 노동력 부족 등도 리스크로 거론했다. 많은 나라들이 상위권으로 뽑는 현안은 환경·사회·기술적 위기 등이었다.

설문대로라면 남들은 환경 등 글로벌 문제를 걱정하는데, 우린 경제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셈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물론 중요하지만, 이상기후가 부를 지구촌 재앙에 좀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세계의 고민과 우리 고민이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낙오는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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