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IT과학칼럼] 글로컬 창업생태계
글로벌 기업들이 집적된 아일랜드 더블린의 도크랜드(Docklands) [KISTI 제공]

최근 지자체나 부처들이 발표하는 정책들을 묶는 키워드가 있다면 창업일 것이며, 혁신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대전환 시대를 맞아 혁신기업을 칭출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주요국들도 오랜 기간 혁신의 원동력으로 기술기반의 창업활동을 장려해 왔으며 글로벌 스타트업을 유치하든,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창업을 해서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특정 장소만이 글로컬 창업생태계의 베스트 프렉티스가 되었다.

이미 장소기반의 혁신과 관련한 연구는 도시경제, 지역, 기업가 정신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말레키는 기업가 정신이 창발되는 에코시스템 단위가 도시 수준이 적합하다고 주장했으며 도시를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공간적 범위이자 사회문화적 경로의존성을 형성하는 단위로 보고 있다. 흔히 우리가 지역의 창업생태계라고 할 때 특정 도(道) 단위라기보다는 도시를 고려한 경우가 많아 장소기반의 혁신을 논할 때 지역내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는 요건들을 살피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해 KISTI 기술사업화연구센터가 수행한 국제공동연구에서도 기술기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에서 딥테크 기업들이 성장하며 이 배경에는 실질적이고 현실성 있는 전략이 수사적 아젠다에 그치지 않고 산학연의 다양한 참여주체들이 역할을 실행한 것에 기인한다.

한편, 특정 장소에서는 핵심이 되는 모델이 존재해야 기업가 생태계(Entrepreneurial Ecosystem)가 형성된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리적 집적이 특정 장소에 이루어지거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창업생태계가 형성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창업기업들은 어떠할까?

최근 필자가 만나본 지역 도시에 소재한 딥테크 기반의 창업기업들에 따르면 창업 자체보다 해당 장소에서 창업을 유지 및 성장시키는 것이 더 어려우며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업대표의 개인기를 넘어선 지역이나 도시관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이미 우리나라는 충분히 좋은 지원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제도들의 연계, 지역 및 도시과의 연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한 아일랜드 더블린의 도크랜드(Docklands)의 사례를 보자. 상기 언급된 국제공동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더블린, 특히 도크랜드(Docklands)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6가지 요인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요인들은 ▷지리적 이점 ▷다양한 세제 혜택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 ▷고급 공공환경 ▷매력적인 수변 및 입지 ▷기업 친화적인 행정이다.

더블린 도시 전체를 놓고 보면 글로벌 경제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고려한 정책의 전환을 통해 전례 없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즉, 버려진 건물과 토지를 재사용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들이 이전, 정착할 수 있는 정주요건 등을 충족시켜 탁월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15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구즈만 교수가 미국내 스타트업 맵을 작성하고 지역(도시)간 이동 경험이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분석을 통해 세금, 부지, 과학기술 지식수준 등의 이동요인을 검증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소비자 시장,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및 성숙된 시장의 유용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유인할 수 있는 환경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에는 실리콘밸리 ICT 클러스터가 있고, 보스턴은 생명공학에 특화되어 있으며, 뉴욕주에는 활발한 상업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한편, 두 가지 사례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나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폭넓은 가용성, 즉 인재를 어떻게 양성하고 유인할 것인가인데, 이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제공하는 교육을 통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부문의 인적자본확대 및 해외 과학자들의 흡수를 위한 정책 등을 포함한다.

다시 강조하자면 강건한 생태계는 특정 장소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정주 요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는 인재풀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교육환경, 도시 인프라, 세제환경, 주거 및 공공환경, 과학기술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대학, 연구소, 공공·민간 중개기관들의 집적 등을 포함한다. 즉, 범부처 및 지자체의 다양한 정책들이 집결한 지산학연 생태계 조성을 통해 비로소 기업가의 개인기를 넘어선 시스템 기반의 창업과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창업정책도 지역의 정주 요건과 인프라, 교육, 과학기술 인프라 기관과의 연계 등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그간 다소 아쉬웠던 다양한 요건들을 조망하고 연계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한다면 탁월한 글로컬 창업생태계 구축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