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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로보어드바이저, 퇴직연금 수익률 구할까?

올해 퇴직연금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는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이다. 상반기 코스콤 테스트베드 심사를 거쳐 빠르면 하반기에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평가의 기준이 지나치게 단기 수익률인데다 도입 과정 역시 쫓기듯 서두르다 보니 자칫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까 우려된다. 특히나 로보어드바이저가 퇴직연금 수익률을 무조건 높여줄 것이라고 크게 오인하고 있는 듯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2002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명칭으로 자동화된 디지털 투자자문 또는 자산관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로보(robo)는 자동화(automation)를, 어드바이저(advisor)는 법적으로 금융자문을 제공하는 자를 뜻한다. 로보 어드바이저와 대비되는 기존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휴먼 어드바이저(Human Advisor)에 의한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은 퇴직연금 가입자로부터 퇴직금을 일임 받아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신 투자 운용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그동안 단순히 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셈이다.

사실 현행법상 퇴직연금의 일임 운용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과거 미래에셋증권이 사실상 일임 운용인 퇴직연금의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해 운용했는데,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가 신탁과 보험 형식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고 현행법을 해석하면서 상품 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 이후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일임 운용제도의 도입이 신중하게 검토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갑자기 ‘서비스 산업의 디지털 전략’을 발표하면서 퇴직연금의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규제 샌드박스 상정이 포함됐다. 당시 대형 증권사와 사정이 급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이해 때문에 졸속으로 도입됐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이 도입되더라도 모든 퇴직연금제도에서 적용되는 것이 아닌 일부 제도, 일부 자금에만 국한될 전망이다. 때문에 막대한 초기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여러 금융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알고리즘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 도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술적으로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미리 짜인 알고리즘(algorithm)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알고리즘이라는 게 하늘에서 툭 떨어진 새로운 것이 아니다. 투자 일임의 경우 자산 배분 알고리즘이 핵심인데 Beketov et al.(2018)이 미국 독일 영국 스위스 등 217개 로보어드바이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9.7%가 해리 마코비츠(Harry Markowitz)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이미 유명한 블랙-리터만 모형(Black-Litterman model), 파마-프렌츠 요인모형(Fama-French Factor model),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Monte-Carlo simulation) 등이 사용됐다. 이러한 규칙 기반의 머신러닝과 다른 딥 러닝(Deep Learning)도 등장했는데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명시적으로 프로그램화되지 않고 스스로 과제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딥 러닝은 근본적으로 블랙박스(Black Box)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딥러닝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개발자도 왜 그런 결과를 알고리즘이 도출했는지 알 수 없다. 필자의 경우도 유명한 핀테크 업체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개발한 적이 있는 데 투자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개발자가 그 결과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성복 연구위원이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관리 성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 선택 역량이나 리밸런싱을 통한 수익과 위험 관리 역량이 대부분의 경우 저조하거나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의 발전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기술이 고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 역시 무책임하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평가는 단기적인 수익률이 아닌 자산관리 역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올바른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강화하는 등 보다 신중한 접근이 시급하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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