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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재용 전부 무죄...‘뉴삼성’ 초격차 다시 시동 걸어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 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3년5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으로 배임 등 19개 혐의 모두 범죄 혐의없음이 나왔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모두 무죄를 받았다. 애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안정적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사 합병은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유일한 목적이라고 볼 수 없고,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 또한 인정된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병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점 역시 증거가 없고 삼성바이오 회계도 올바르게 처리했다고 판단했다. 조직적 범죄 정황으로 본 ‘프로젝트 G’라는 문건 역시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로 봤다. 한마디로 기업이 경영상 필요한 일들을 절차대로 했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로 삼성은 총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돼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그동안 총 107차례 재판에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96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국정농단 사건까지 더해 햇수로 9년째 사법리스크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온 것이다. 그 사이 글로벌 첨단기술전쟁이 가속화해 각국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은 경쟁사들의 추격으로 삼성의 입지는 이미 상당부분 흔들리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은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자리를 인텔에 뺏겼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경쟁사인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인공지능(AI) 서버 등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인 HBM 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 주력 사업 모두에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 주된 이유다.

그만큼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 획기적인 투자와 인재 확보 등을 통해 초격차 삼성의 체질을 다시 만드는 게 급하다. 2016년 하만 인수를 끝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M&A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6세대 이동통신(6G),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M&A는 필수다. 첨단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기업이 뛰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잡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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