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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절치부심 때를 노리는 이경훈

PGA투어 2승, 한국오픈 2연패의 주인공 이경훈은 지난해 다시 골프의 쓴 맛을 봤다. 2022년 한국인 최초로 PGA투어 타이틀 방어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받았지만, 지난해는 어찌나 샷도 퍼팅도 안되는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서 이경훈은 지난 겨울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매년 겨울에 쉼과 재충전을 위해 가던 한국행을 포기한 것. 항공권도 다 예약해놨지만 3일 전에 전격 취소했다. 한국행을 기대했던 와이프와 딸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 잠시 뉴욕에 다녀왔다. 한국음식을 실컷 먹기 위해서였다. 먹고 싶었던 활어회, 분식 등 먹기만 했다고. 어떤 두부 전문점에서는 줄이 너무 길어서 두시간을 기다려 먹었다고 한다. 그게 휴식의 전부였다.

약 5주의 오프 시즌 동안 이경훈은 마음껏 연습했다고 했다. 예전에 주니어 동계훈련의 느낌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이경훈은 11월 말에 집을 이사했다. 같은 올랜도 지역이지만 연습화는 곳이 바뀌면서 더 많은 라운드를 소화했다. 연습에만 몰두하면서 스윙 생각에만 빠지기 보다 자꾸 실전 경험을 통해 경기 감각으로 치기 위해서였다. 챔피언스 투어에서 유명한 스티브 스트리커에게 조언도 받고 PGA투어 칼 위안 등 선수들과 같이 쳤다.

이경훈이 원하는 스윙은 부드럽고 리듬 좋은 스윙이다. 파워풀하고 강한 스윙보다는 어니 엘스, 애덤 스콧 같은 스윙을 추구한다고 했다. 수년 전 섹시한 골퍼가 되고 싶다고, 브룩스 켑카 같은 몸을 갖고 싶다고 했던 것과는 상반된 말인데. 유연성 강화를 위해 겨우내 스트레칭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올해 만난 이경훈은 스윙에서 눈에 띌 정도로 이전보다 훨씬 유연한 스윙을 하고 있었다.

지난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이경훈은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이 코스에서는 한번도 예선 통과를 해보지 못했다며 통탄했다. 하지만 예선을 떨어진 저녁에 혼자 마구 연습스윙을 하더니 다시 감이 온 것 같다며 빨리 내일이 되어서 연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아내 유주연 씨가 귀띔해주었다. 정말 골프를 사랑하는 게 틀림없다며.

이경훈의 첫 우승도 깊은 좌절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찾아왔다. 이경훈은 그 때도 우승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며 열심히 하다 보면 다시 “때”가 오지 않겠냐고, 그 때를 기다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경훈은 4월에 둘째 딸이 태어난다. 첫째 딸은 이경훈과 똑같이 생겼다. 경기를 마치고 아이들과 놀고 있는 딸을 데리러 갈 때 이경훈은 딸이 와이프한테 먼저 갈까봐 오지 말라고, 숨어 있으라고 요청한다. 아빠를 보고 달려오는 딸을 보는 기쁨은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니까.

잘될 때보다 안될 때가 더 많은 골프. 게임이 안풀리면 속상하고, 부끄럽고, 무시당하는 느낌도 들고 세상 만사 다 싫어도 언제나 응원해주는 아내와 딸이 있어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이경훈. 이제 곧 같은 편이 한 명 더 생기니 더 힘이 날 것 같다.

이경훈은 올해 루키처럼 최선을 다해 덤비겠다고 말했다. 루키 때보다는 관록이 있으니 전보다는 더 잘, 지혜롭게 덤비지 않겠냐며 웃었다. 사람 좋은 이경훈이 다시 우승컵을 들고 제 말이 맞죠?라고 말할 날을 기대한다.

〈KLPGA 프로〉

peop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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