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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플랫폼 혁신을 되살리기 위하여

21세기 빅테크 기업의 주요 전략은 자신만의 생태계를 꾸리고 그 안의 고객들은 절대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자신만의 닫힌 정원(Walled Garden)을 구축하는 것이다. 개방을 표방하며 등장한 구글도 자신만의 닫힌 정원을 만들고 파트너들을 모두 그 안에 가두려고 하였다.

지금은 스마트 워치로 SNS, 간편결제 등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으나, 삼성전자가 최초의 스마트 워치(갤럭시 기어1)를 출시하던 2013년만 해도 이 같은 기능은 불가능했다.

주요 기능이 막힌 이유가 삼성의 기술부족이 아닌 구글의 갑질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구글은 삼성이 허락없이 구글 OS를 개량하여 기어1을 출시한 것이 계약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자신의 정원을 벗어났다고 휘슬을 분 것이다.

구글의 압력에 굴복한 삼성은 개량 OS를 포기하였고, 별도의 타이젠 OS를 개발하여 후속 모델을 출시하였다. 그러나 후속 모델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수많은 앱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이런 한계로 2021년 출시된 기어4부터는 다시 구글 OS로 회귀하게 된다. 삼성은 자신이 꿈꾸던 스마트 워치의 혁신을 구현하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을 허비하였고, 혁신 지체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구글은 전세계 유력 기기제조사에게도 같은 갑질을 하였다. 이들이 안드로이드를 개량하거나 이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했다. 플레이스토어를 라이선스 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며, OS 개량을 금지하는 계약 체결을 강제하였다. 그 결과 거의 모든 개량 OS는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동시에 구글의 독점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구글의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으로 보고, 과징금 2,249억 원과 함께 금지명령을 부과하였다. 최근 법원에서도 공정위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 삼은 모바일 OS는 플랫폼 생태계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단순히 OS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앱마켓, 개별 앱 등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걸쳐 경쟁압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사건이다. 또한, 모바일 OS를 응용할 수 있는 AI 로봇·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기기가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아쉬운 점은 공정위 조치 후에도 시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플랫폼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현상 때문에 구글이 시장을 장악한 후에는 상황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

기어1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독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시의성 있게 예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정위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 「(가칭)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의 취지는 독점 플랫폼의 남용행위를 적시에 차단함으로써 혁신활동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과거 구글도 자바를 변형하여 안드로이드라는 혁신을 이룩해낸 것처럼, 혁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또 다른 혁신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플랫폼 분야에서 혁신을 가로막는 반칙행위를 신속하게 차단하여 시장참여자들이 자유롭게 혁신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리관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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