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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사 집단 움직임, 국민 건강 볼모로 극단행동 자제해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의협은 오는 15일 전국에서 의대 증원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집단 휴원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응급의사들도 “(정부가)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모두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겠다”고 압박하고 서울대, 세브란스 등 ‘빅5’ 병원 전공의들도 단체 행동 참여를 결의한 상태다. 중환자실, 응급실 등 필수의료 현장의 최전선을 책임지는 전공의들이 가세하면 의료현장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대 증원은 물러설 수 없다며 강경태세다. 의료계 역시 총파업을 불사해서라도 의대 증원을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극한 대결 양상이다. 여기까지 온 데에는 의협이 협상테이블에 불성실하게 임한 책임도 크다. 의협은 의사수가 지금도 충분하다며 증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에 따르면 2047년엔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서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2013년엔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도 2023년, 늦어도 2026년엔 OECD 평균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3.7명)에 한참 모자라는 2.6명 수준이다. 2047년이란 시점을 내세우는 것도 황당하다. 그동안 의사 부족으로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현실을 결국 외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의사 부족은 국민 체감이 크다. 수술을 받으려 해도 몇달 씩 기다려야 해 조마조마하고 소아과 오픈런 등은 예삿일이다. 응급실 의사와 지방 의사가 없다는 건 의사들이 더 잘 아는 일일 것이다. 모두 의사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필수의료 분야 기피가 원인이라면 필수의료수가를 적정수준으로 올리고 진료를 소신껏 할 수 있도록 진료 리스크를 없애는 등 정부가 의료개혁도 추진하겠다고 한 마당이다. 그만큼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일본은 의대 정원을 23%가까이 늘려도 파업 얘기가 없고 미국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모자라는 전공의를 늘려달라고 의협이 먼저 요구하는 상황이다. 서로 의료체계가 달라도 국민 건강을 우선시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집단 움직임 속에서도 일부 의사는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고 한다. 2020년처럼 힘으로 의대 증원을 막아내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정부도 더 설득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소득이 올라가고 고령화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의사수가 19년째 묶여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90% 가까이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이런 국민 바람을 저버리는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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