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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돼야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내수 부진과 대외 불안요인들로 인해 아직 경제회복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노동시장의 어려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청년 취업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20대 이하 청년층의 일자리는 1년 전보다 8만개 감소했으며, 이 감소폭은 2020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청년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경제 성장’을 통해 만들어진다. 경제가 발전하고 기업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과 지속되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청년실업이 심화됐고, 이에 더해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청년실업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대기업 구직난, 중소기업 구인난’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청년층이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하는 현상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할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는 청년실업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 심화와 같은 여러 문제를 유발한다. 따라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지금보다 더욱 악화되기 전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0인 미만 사업체의 월 임금총액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총이 대·중소기업 임금의 상대적 격차를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대기업 임금을 100이라고 하면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EU(75.7)와 일본(68.3)에 비해 우리나라(59.8)가 가장 낮게 나타나면서, 기업규모별 임금격차가 비교국 가운데 가장 컸다.

다만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우리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이 작게 올라서라기보다는, 대기업 임금이 지나치게 높게 인상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경총 분석에 의하면 2002년 대비 2018년 우리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87.6%로 일본 중소기업(0.8%), EU 중소기업(39.1%)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동 기간 우리 대기업 임금인상률(120.7%)은 일본(-5.1%), EU(37.3%)는 물론이고, 우리 중소기업(87.6%)보다도 크게 높았다. 이는 우리 대기업에 일반적인 연공형 임금체계와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강력한 노동운동이 생산성을 초과한 일률적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생각된다.

대기업의 누적된 높은 임금인상으로 기업규모간 임금격차가 이미 커진 상태지만, 앞으로도 지불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지불 능력이 높고 연공형 임금체계와 노조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대기업의 임금인상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봅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인상은 그렇지 못한 기업의 근로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사회적 격차를 한층 심화시킬 소지가 큰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아울러 과도한 임금인상은 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저하시킴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취약계층의 고용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노동시장 양극화와 그에 따른 일자리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의 과도한 임금인상은 반드시 자제되어야 한다.

양극화 심화는 출산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5%가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경제적 부담 및 소득양극화’가 그 원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도 “인구구조 고령화의 주요인인 초저출산은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측면의 불안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현재 우리 청년들은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이 저출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에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대·중소기업 간 소득의 양극화, 즉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우리 모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층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청년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임금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기업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중소기업도 근로조건과 근무환경을 더욱 개선해 나감으로써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미스매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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