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립심포니 지휘로 금의환향
“지휘자에게 인정받는 지휘자 꿈”
‘하나만 걸려라’ 싶은 마음으로 온갖 콩쿠르와 오디션에 지원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해 8월 한국인 최초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윤한결(사진)은 이제 “더 이상 원치 않아도 참가해야 하는 대회가 없겠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하던 시절을 지나 국내외 무대가 먼저 찾는 음악가가 돼 돌아왔다.
지휘자 겸 작곡가 윤한결이 ‘한국인 최초’ 타이틀을 얻은 이후 오랜만에 귀국,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는다.
실로 ‘금의환향’이라 할 만하다. 4년 전인 2020년에만 해도 윤한결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차세대 지휘자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테이지’의 주자였지만, 이젠 지휘자로서 모셔왔기 때문이다. 2020년 당시에도 악단에선 “정말 특별한 사람이 나타났다”며 그를 예의주시한 바 있다. 실제로 윤한결은 그 해 악단의 블로그에는 그의 유럽 생활을 전하는 ‘한결의 편지’를 연재했고, 이듬해에는 국림심포니가 연 국내 첫 지휘 경연인 ‘KNSO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진반농반으로 그를 ‘국심의 아들’이라 부르는 이유다.
윤한결은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카라얀 젊은 지휘자 상을 탄 이후 다른 악단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국립심포니와 첫 연주를 하고 싶었다”며 “‘KNSO 국제 지휘 콩쿠르’를 발판 삼아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당시 콩쿠르를 계기로 세계적인 클래식 기획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는 “젊은 음악가 대부분이 연주 기회를 얻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며 “특히 젊은 지휘자를 위해 오케스트라를 꾸리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데, 당시 콩쿠르를 마치고 많은 연주 기회가 생겼고 공연을 해내며 스스로 실력이 늘고 경험이 쌓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윤한결의 출발은 작곡이었다. 대구 출신의 그는 “작곡을 배우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예중, 예고를 다녔다.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독일에 건너가 뮌헨 국립음대에서 작곡, 피아노, 지휘를 하게 됐다. 작곡을 하던 시절에도 이미 여러 콩쿠르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2015년 제네바 콩쿠르 2위를 시작으로 2016년 파렐 작곡 콩쿠르 2위, 2018년 토날리 작곡 콩쿠르 2위, 2020년 루치아노 베리오 작곡 콩쿠르 2위 등을 차지했다.
그는 “뮌헨에서도 오랫동안 작곡에 집중했는데 목표로 하던 수준 높은 작곡 대회에 결선까지 올랐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그 이후 목표 의식이 사라져 지휘로 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국립심포니와의 공연(9일·예술의전당)에선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 에프랑 바부제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과 ‘풀치넬라 모음곡’을 지휘한다.
자기 증명의 시간을 지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 윤한결은 “지휘자에게 인정받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가 지휘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 중 하나도 바로 ‘테크닉’이다. 그는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는 지휘 동작 하나만으로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완전히 바뀌고, 음악의 흐름을 바꾸는 마법을 많이 보여준다”며 “그런 뛰어난 테크닉을 갖추고 싶다”고 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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