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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 여론은 물론 대학들도 필요성 인정한 ‘의대 증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접점을 찾기는커녕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에 응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를 하겠다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대 교수들까지 제자들을 지켜야 한다며 삭발과 사직, 겸직 해제 등의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의대 교수는 대부분 학생 지도와 함께 병원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이 ‘겸직’을 해제하겠다는 것은 진료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인데, 그럴 경우 외래와 수술 등이 중단돼 환자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의료계 반대가 이처럼 격화되고 있지만 의료 인력 확충은 불가피하다. 소득과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은 꽁꽁 묶여 26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신청을 받아보니 40개 대학에서 3401명을 더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000명을 훌쩍 넘어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의료계는 반대하고 있지만 해당 대학들의 증원 수요는 넘친다는 사실이 인정된 셈이다.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메트릭스에 의뢰해 6일 내놓은 여론조사(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은 늘려야 한다는데 응답자 48%가 동의했다. 그 보다는 좀 적게 증원해야 한다는 답은 36%였다. 반면 ‘동결’ 의견은 11%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8~9명이 정원 2000명을 늘리거나 그보다 적더라도 증원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의료계는 각 대학의 교원과 시설 장비가 모자라고 생리학 등 기초 의학을 가르칠 교수 자원이 부족하다며 증원을 반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의료계가 말하는 증원을 위한 사전 준비가 더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가령 ‘빅 5’ 중 한 병원이 소속된 의대는 현재 정원이 40명에 불과하다. 이 대학은 이번에 110명으로 정원을 늘려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2~3배로 늘려도 이런 규모의 병원을 가진 대학은 얼마든지 감당할 여력이 있다. 의료계가 무작정 반대만 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소아과 의사가 부족해 아이들이 고통받고,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가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게 당장 우리의 현실이다. 국민도, 각 대학도 의대 증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의료계가 이를 반대하는 것은 결국 집단 이기일 뿐이다. 주요 선진국 중 환자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의료계의 자중이 거듭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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