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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3%대...물가 안정 없는 경기 회복은 사상누각

물가가 높은 지점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이른바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이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월에는 2.8%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 앉았는데 다시 3%위로 고개를 쳐든 것이다. 물가가 정부의 목표치(2%대)에서 멀어지면서 체감경기 회복의 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하반기로 미뤄둘 명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계절적 요인과 이상기후, 설 특수가 지나면 사그라들겠지 했는데 과일·채소값 폭등은 멈출 줄을 모른다. 지금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포비아(공포증) 수준이다.

작년 8월부터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던 과일 가격은 지난달 41.2% 급등했다. 3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사과 값은 1년 전보다 71% 올랐다. 대체 과일을 찾는 수요가 몰리면서 귤값도 78.1%나 치솟았다. 과일은 대체 상품이 많고 소비를 줄일 수도 있는 반면 파·배추 등 채소는 대부분 음식에 들어가는 생활필수품에 가까워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더 하고 있다. 2월 채소류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2.2%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전체 평균(3.1%)보다 0.7%포인트 높았다. 이런 현상은 33개월 연속 이어지는 중이다. “외식은 고사하고 집밥 먹는 것도 무서울 지경이 됐다”는 하소연이 넘쳐난다.

문제는 물가불안을 잠재울 즉각적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정부는 해충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우려에 사과 배 등 8가지 작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정부가 급한대로 다음달까지 600억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로 꼽히는 수입 검역을 완화하지 않으면 ‘언발에 오줌 누기’ 정책에 불과하다. 여기에 4월 총선이후 물가 전망도 어둡다. 유류세 인하 연장과 전기·가스요금 억제 등 총선 민심을 의식해 미뤄둔 물가 인상 요인이 하나 둘 현실화하면 생활물가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야는 지금 ‘이기고 보자’는 식의 선심성 돈 풀기 경쟁에 올인하고 있어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 경제가 순항하려면 2∼3%대 GDP성장률, 2%대 물가, 무역수지 흑자 등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이 중 물가가 흔들리면 체감 경기 회복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고물가는 서민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여서다. 정부가 더 큰 경각심을 갖고 물가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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