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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AI면접관의 “불합격”에 설명 요구할 권리, 당연하다

상반기 채용시즌이 본격화하면서 덩달아 취준생들의 숨가쁜 취업작전도 시작됐다. 가뜩이나 더 어려워진 경기에 고스펙 평준화, 경력직 우대 등으로 사회 초년생을 꿈꾸는 취준생 앞에 놓인 게 ‘낙타 바늘구멍’의 취업 현실이라 안타깝다. 예전에 비해 요즘 취준생이 더 준비해야할 것이 바로 ‘AI면접’이다. 인공지능 시대와 맞물려 공정·편리성을 내세워 많은 기업이 AI전형으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AI전형은 AI면접과 AI역량검사로 나뉘는데, 이는 취준생의 필수 준비 코스가 됐다. AI 앞에서 어떻게 하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아예 AI 학원에 다니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15일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사람의 개입 없이 이뤄지는 ‘자동화된 결정’에 대해 국민은 설명이나 검토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런 결정이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엔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개정안은 특히 급증하고 있는 AI면접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취준생이 AI면접을 본후 불합격 통보를 받고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왜 자신이 떨어졌는지 합당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AI면접은 인간 면접관 대신 AI가 카메라를 통해 지원자 표정에서 감정을 추론하고 긴장도·시선·사용 단어·업무지식 역량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데, 많은 탈락자들이 당락 기준에 의구심을 표해온 게 사실이다. 아무리 AI 시대라지만, 인간 본질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개정안은 합당하다.

다만 AI테스트가 취직시험에서 1차로 거르는 자료로만 활용되고 사람들로 구성된 기업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할 경우엔 개정안 적용은 제외된다. 100% AI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입사 관문을 사람이 판단하는 시스템이라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실 많은 기업이 AI면접이나 AI역량검사를 채용 도구로 쓰곤 있지만, 전적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인 AI로만 사람을 뽑는 곳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 도래할 수 있을 법한 100% AI채용시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상징성은 커 보인다.

‘언제부터 AI가 사람을 뽑았나’며 탄식할 수 있겠지만, AI에 의존한 인재채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국내 토종 AI 기술 스타트업인 제네시스랩은 이미 5년전 AI영상면접 솔루션을 시장에 내놨고, 현대차 LH 등 많은 기업이 이를 채용시스템에 활용 중이다. AI 채용시장의 새 물결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인간이 주체임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의 이 개정안 같은 진화된 AI윤리 제정에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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