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가족 이야기 ‘봄을 마주하고…’ 나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유해정작가, 김종기(수진아빠), 강지은(상준엄마) , 강곤 작가. [연합]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사람들에게 우리들이 살아온 10년을 가감없이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단순한 백서가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들의 삶입니다. (치부라 할지라도) 이것을 거짓으로 쓸 순 없었습니다.”
김종기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오랜만에 언론 앞에 섰다. 11일 서울 중구 창경궁로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에서 열린 '520번의 금요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간 이어온 투쟁의 역사를 정리하며 이같은 회한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책은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2022년 봄부터 2년여 간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 등을 총 148회 인터뷰하고 참사 관련 기록을 검토해 종합한 공식 기록집이다.
세월호 관련 기록들과 유족들이 지난 10년 간 밟아온 삶의 경로를 ‘가감 없이’ 담았다는 점에서 일종의 백서라 할 만하다. 다만 여타 백서들처럼 시간 순으로 사건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생존자나 유가족이 겪었던 경험이나 추억, 아픔 등을 12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물론 책에는 아직도 고통스러운 자국이 가득하다. 아이를 잃은 부모와 가족들의 절규와 국가의 무신경과 무책임, 시스템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개선은커녕 참사가 잇따르는 현실에 대한 실망 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난 10년간 있었던 유족 간 갈등도 솔직히 전한다. 배상금을 둘러싼 유족 간 인식의 차이, 유가족 회비 납부 문제, 진상 규명 활동은 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가족협의회에 연락해오며 자기 권한만 얘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화 등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그럼에도 유가족들이 손잡고 10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유는 먼저 간 자녀들에게 대한 미안함, 가족을 잃은 허전함에 뭔가라도 해야 하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미래 세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에 기여하려는 사명감도 있었다.
김 대표는 “책을 낸 것도 10년 활동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참사에서 우리의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직 운영의 어려움이나 유족 배상금과 관련한 다른 생각 등 다소 예민한 부분도 가감없이 적었다”며 “10년 간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게 오늘의 국민이 내일의 희생자 유가족이 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
책은 세월호 참사가 그저 '국가적 재난'으로 치부돼 과거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재난 피해자 운동의 시발점이자 주요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단원고 피해자 가족들과 연대 시민들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참사의 피해자가 그 배에 탔다가 죽거나 실종된 304명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작가기록단의 대표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강곤 작가는 "박물관에 박제해 놓고,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이 기억은 아니다. 기억한다는 건 매일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겠다는 약속"이라며 "그건 더 많은 세월호에 대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건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하고, 기억해야겠다는 실천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작가기록단은 이날 세월호 생존자,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도 함께 펴냈다.
이 책은 단원고 생존자 9명, 희생자의 형제자매 6명, 20대 시민 연대자 2명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재난 피해자가 겪은 트라우마, 그들이 체험한 슬픔의 심연, 그런 상처를 딛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 등을 엮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