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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교육비 또 최고치 경신...과잉 경쟁사회의 그늘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들이 쓴 사교육비가 1인당 월평균 43만4000원, 총 27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작년 사교육비 총액은 1년 전보다 4.5%(1조2000억원) 증가했다. 1년 새 학생 수는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7만명(1.3%) 감소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그나마 N수생 17만명이 재수학원에 쓴 학원비 3조원이 빠져 있는 수치다. 1인당 사교육비는 전년도보다 5.8%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을 웃돌았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4년 만에 30%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히는 등 사교육비를 잡겠다며 부산을 떨었던 게 무색해졌다.

사교육비 증가세는 역시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이 주도했다. 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7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전체 사교육비에 비해 두배 가까운 속도로 증가한 것이고 증가율은 2016년(8.7%)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발표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초등 의대반’이 가동 중인데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가시화되면 사교육 시장은 더 뜨거워질 것이다.

높은 사교육비는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저출산의 주범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저출산 현상(2015~2022년)의 약 26%가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주택 가격보다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2~3배 더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 부담이 세계 최악의 한국출산율(지난해 0.72명)을 낳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온통 대학입시에 목숨을 거는 것은 학력과 학벌에 의한 차별대우, 임금 격차 등이 현실로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이 무의미해지는 혁명적 상황 반전이 없다면 절대평가를 도입하든 상대평가를 도입하든, 불수능이든 물수능이든 명문대와 의대 입학을 위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교육개혁도 소용없게 만드는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학력주의를 극복할 실효성 있는 해법이 먼저 나와야 한다.

입시 제도를 수없이 바꿨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근본 원인이 학교 바깥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직업·직종별 임금 격차, 정규직·비정규직간 노동 이중 구조, 승자독식, 수도권 인구집중 등이 과잉경쟁을 유발하며 사교육 시장의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다. 결국 양극화 사회의 폐단부터 걷어내는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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