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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법조인의 전문성이 발현되는 국회를 기대하며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바쁜 이유는 무능한 국회가 법률을 잘못 만들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있다.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법률은 시대의 반영인지라 만들 때는 헌법에 적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헌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나 로비에 의해 졸속으로 입법하는 잘못도 적지 않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권은 헌법 제40조에 의해 국회에 속하지만 법률안의 제출권은 국회의원과 정부가 모두 할 수 있도록 헌법 제52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서 지난 21대 국회의 입법 현황을 검색해보니 정부입법이 490건이고, 국회입법이 2959건이다. 압도적으로 의원입법이 많은 만큼 입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원칙적으로 국회에 있다.

지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언론에서 중점적으로 보도하는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될지, 정계 거물들의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관심 없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한 경험 때문인지 어떤 법조인 출신이 출마했고, 당선되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출마한 모든 후보에 대해 알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법조인 가운데 능력이나 인성이 너무도 부족한 후보들도 여럿 있었다. 안에서 새던 바가지가 밖에서 새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얄팍한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권력까지 등에 업으면 안에서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 같아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는데 역시 현명한 국민인지라 문제가 있는 법조인 출신 후보 중 상당수는 걸러진 듯하다.

이번 총선에서 법조인 출신 후보는 120명이었고, 그중 절반이 당선됐다. 비율적으로 보면 전체 의원의 20%에 해당한다. 국회의원 5명 중 1명이 법조인 출신으로 역대 총선 최다다. 특정 직업군이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법률을 만드는 국회의 특성상 법조인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다만 학부에서 법률을 전공하고 재판이나 수사와 같은 고유의 법률사무에만 종사하다가 국회의원이 되는 숫자가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과 행정, 사회단체나 기업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온몸으로 체득한 법조인들의 비율이 많아야 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지난 21대의 2명에서 7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다양한 학과와 경험을 가진 로스쿨 출신 젊은 법조인들이 국회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한다.

현재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인 추미애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일 국회의장으로 선출된다면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입법, 사법, 행정의 수장이 모두 법조인으로 구성되게 되는데 법조인들답게 법치주의를 제대로 실현하였으면 한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들은 “법조계 출신 의원들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보다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지난 1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연구보고서를 반드시 정독하고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기 바란다.

이찬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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