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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더 커진 트럼프 대세론, 더 급해진 안보·경제 리스크 대비

피격에서 살아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선거분석·베팅사이트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크게 높이고 있고 주식·채권·가상화폐 등 자산시장도 ‘트럼프 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선거 베팅업체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승리 확률은 13일(현지시간) 피격이후 이틀 새 8.4%포인트 오른 64.7%를 기록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는 언스토퍼블(unstoppable·멈출 수 없다)”이라고 했다. 가상자산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은 한 술 더 떠 트럼프의 당선확률을 피격 전 60%에서 71%로 확 끌어올렸다. 피격 사건 이후 첫 거래일인 15일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가로 마감했다. 달러화와 미국 국채 금리가 강세를 보였고 비트코인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피격 당한 후에도 성조기가 나부끼는 푸른 하늘 아래 오른손을 치켜들고 “싸우자”고 외치는 트럼프의 모습은 미국 국민에게 ‘굳건한 지도자’ 이미지를 심으며 대선판도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한 장의 사진이 역사를 바꿀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1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고 올해 39세 ‘강경보수’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후보로 선출했다. 밴스는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주 등 러스트벨트와 겹치는 중북부 경합주에서의 대선 승리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지세력 확장을 위한 중도 성향 인물 대신에 자신의 ‘아바타’격인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피격 사건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81세)에 따른 인지력 및 건강 논란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 속에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도 보인다.

사법리스크에서 놓여나고 TV토론에서 바이든을 압도한데 이어 피격 사건으로 미국을 이끌 강인한 지도자상까지 부여받으면서 ‘트럼프 2.0’ 시대는 점점 유력해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안보·경제리스크 대비할 시간이 더 급해졌다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가 2025년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2년 넘게 그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북핵, 주한미군 등 방위비, 보호무역주의 득세 등에 대비한 선제적 전략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

공식적 대응 전략도 중요하지만 격식을 따지는 않는 트럼프의 파격적 스타일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인 사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말이 통하는 사이’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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