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체코에서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사업을 따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시공이나 유지 보수 사업을 수주한 적은 있지만, 원전 노형(모델)부터 건설, 시운전까지 전체를 수출하기는 UAE에 이어 두 번째다. 향후 추가 원전 2기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지정돼 총수주액은 최대 40조원을 웃돈다.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직전까지 갔던 K원전 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체코의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원전 2기씩 짓는 이번 사업은 경쟁 상대였던 프랑스를 안방인 유럽에서 꺾고 수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남다르다. 체코는 애초 원전 1기를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대, 탄소 중립에 따른 화석연료 퇴출 등의 영향으로 올 1월 최다 4기로 건설 규모를 확대했다. 프랑스와는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만에 리턴매치였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원전을 운용 중인 점을 내세워 여론전까지 펼쳤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에 시공하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의 ‘K원전’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실제 이번 수주에선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사막이라는 지리적 약점과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에도 적기에 완공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한국의 제안이 모든 기준에서 (프랑스를) 앞섰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성과는 ‘팀코리아’의 좋은 선례로도 주목된다.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협력해 체코 측 요구를 맞추고 정부가 든든한 금융지원을 약속하는 등 한몸이 돼 얻어낸 결과다.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향후 기회는 더 열릴 것으로 보인다. AI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은 ‘원전 르네상스’로까지 불리는 상황이다. 특히 영국,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에서 원전 발주가 쏟아지고 있다. 체코 수주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원전 산업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원전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년8개월간 원전 설비 수출 계약은 총 105건으로 금액으로는 4조86억원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원전생태계 완전 복원과 발전을 위한 파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인재 양성과 함께 차세대 원전기술 지원 등 정치권도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