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벌교읍 폐교 부지에 벼가 심겨져 있다. |
[헤럴드경제(보성)=박대성 기자] 전남 보성군 벌교읍 폐교 부지를 임차 받은 마을 이장이 당초 계획과 달리 운동장을 갈아 엎고 벼 모내기 작업까지 마쳐 동창회와 인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벌교읍 영등초교 폐교 부지를 보성군교육지원청으로부터 3년 간 임대·임차 계약한 마을이장 A(75)씨가 대표로 있는 영농법인이 올 들어 트랙터로 갈아 엎은 뒤 모내기 작업을 마쳤다.
A씨는 폐교부지 임대 계약 당시에는 딸기 육묘장과 귀농귀촌 프로그램, 쌈배추 농작물 등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서와 달리 모를 심는 기발한 착상을 했다.
이 곳 운동장에는 전체 5000여평 가운데 3000여평(열 다섯마지기)에 모내기를 마친 상태며 생육이 양호해 7월 하순 초록색으로 물들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총동문회는 반발하고 있다. 폐교 부지에 교육 관련 시설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벼농사를 짓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동문회 측은 최근 국민신문고에 접수한 민원을 통해 "영농법인이 생뚱맞게 벼를 심어 놔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운동장을 원상 복구하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국회의원(교육위원회)은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된 것도 안타까운데, 이곳에 불법 경작을 하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임대권자인 지역 교육지원청은 대부절차 해지를 검토 중이지만 이미 심어 놓은 농작물을 원상복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마을 이장 A씨는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지상물 소유권은 우리 법인에 있어 아무나 철거할 수 없다”며 “오는 10월 벼농사 수확철까지는 어쩔 수 없이 놔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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