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한국경제가 역성장했다.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률은 2022년 4분기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1분기 ‘깜짝성장’(1.3%)으로 인한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지만,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중요한 원인이다. 수출 증가세는 계속됐지만 수입이 급증해 성장률 기여도가 반감됐고, 민간소비와 투자는 줄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2.6%)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지만, 막연한 낙관에 기대기보다는 내수 진작을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검토해 적기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자동차·화학제품이 이끈 수출이 0.9% 늘었다. 하지만 수입의 증가율(1.2%)이 수출을 웃돌았다. 여기에 민간소비와 투자가 모두 감소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승용차·의류 소비 부진으로 민간소비는 0.2% 줄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설비 투자도 2.1% 축소됐다. 1분기에 3.3% 늘었던 건설투자도 1.1%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 시장은 뜨겁지만 민생은 얼어붙어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산업의 활기가 가계 소득과 연결되지 않고, 수출 증가가 설비투자·고용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빚에 묶인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수출은 전년보다 278억달러(약 38조원) 증가했고 그 중 80%는 반도체 부문 몫이었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1·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고용시장도 안 좋다. 직장 폐업과 정리해고, 사업부진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비자발적 실직자’가 5개월(2~6월) 연속 늘었다. 제조업과 건설업, 정보통신업 등 주요 산업은 물론이고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내수 업종까지 가리지 않고 고용시장 이탈 규모가 커졌다.
정부는 일단 하반기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수출 모멘텀이 유지되고 민간소비도 더디지만 회복되고 있다고 봤다. 기업 실적과 휴가·명절·연말 등 계절적 요인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7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0.6포인트 낮은 95.1로 집계됐다. 투자와 고용 주체인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한층 비관적이라는 얘기다. 반도체와 수출은 성장률 목표 달성에 핵심이고, 하반기 금리인하는 소비·투자 심리 회복에 중요한 계기가 되겠지만, 여기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정부가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15조원 규모의 공공투자 외에도 기업 투자를 견인할 세제혜택. 소비를 촉진할 민생지원, 각종 규제 철폐 등 더 과감한 내수 진작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